"노동자들은 건설 현장 밥을 '개밥''돼지밥'이라고 부른다. "

건설현장 함바 운영권 비리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건설 노동자들이 그동안 함바에 대해 쌓였던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노동자들의 밥값이 로비자금으로 쓰이면서 밥의 질이 형편없어졌다는 것.

9일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에 따르면 최근 노조에 건설노동자들이 "어느 함바를 가도 고기 구경하기 힘들다" "할 수 있다면 함바 말고 다른 식당에서 먹고 싶다" 등의 애로를 호소하는 횟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재희 건설노조 교육선전부장은 "함바는 최소한의 원가로 높은 수익을 내려는 관행이 굳어져 있다"며 "재료비 등 양질의 식사를 위한 돈이 함바 운영권 거래와 로비자금으로 쓰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함바 식사는 밥과 국,반찬 정도의 식단이지만 가격은 4000~5000원이다. 함바는 이 같은 방식으로 노동자들에게 밥을 팔아 평균 20~30%의 이윤을 낸다. 600여명의 노동자들이 3년간 공사하면 10억원의 순이익을 남기는 셈이다. 이 중 상당액은 다시 로비자금으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함바가 불만족스러워도 다른 식당으로 옮기지 못한다고 건설노조는 지적했다. 함바가 건설사와 뿌리 깊게 연계돼 있어 현장 소장 친인척 등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건설노조가 함바를 점검한 결과 대부분 영업미신고 및 식품 관련법도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 부장은 "많게는 하루 1000명 이상이 드나드는 식당인 만큼 영양사를 두고 보건,전기,시설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