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해요,미스터 신!" 지난달 28일 저녁 인도 뭄바이에 자리잡은 홈쇼핑 채널 스타얼라이브(CJ오쇼핑과 홍콩 스타TV 합작) 본사 스튜디오.인도인 직원들이 환성을 지르며 신우균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껴안았다. 7000건 안팎이던 하루 전화주문 건수가 이날 1만건을 넘자 스튜디오와 조종실은 축제 분위기였다.

TV 화면에는 필립스 오디오시스템의 홈쇼핑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가격은 대당 20만루피(500만원).첫 방송을 한 2009년 9월만 해도 인도에서 이런 고가 제품이 홈쇼핑을 통해 팔릴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도시 근로자가 대부분 1만루피 이하로 한 달 생계를 꾸려가기 때문이다.

방송 1년여 만에 자신감을 얻은 스타얼라이브는 올 상반기 15만~50만루피짜리 LCD TV를 5000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 COO는 "새 상품을 내놓을 때마다 주문건수가 예상을 뛰어넘어 인도 중 · 상류층의 높은 구매력과 내수시장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내수시장

글로벌 금융위기로 일시 흔들렸던 인도 내수시장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09년 7.4%로 떨어졌던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8.5~9.0% 수준에 이른 것으로 추정했다. 대형 증권사인 IIFL의 알 벤카트라만 총괄전무는 "인도는 국내 소비가 수출보다 많기 때문에 외부 충격을 덜 받는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업 비중이 높다는 점도 금융위기 충격이 크지 않았던 요인이다. 2009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의 15.8% 비중인 제조업이 뒷걸음질을 친 반면,GDP의 64.2%를 차지하는 서비스업은 금융위기 와중에도 9% 안팎의 고성장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내수시장의 성장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은 현재 4800만명 수준인 인도 중산층이 15년 내 12배인 5억8000만명까지 늘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 소비지출도 2009년 6600억달러에서 2020년에는 2조5000억달러로 4배가량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자산운용사 비를라선라이프의 판카지 라즈단 부사장은 "인도는 25세 이하가 전체 인구의 49%,35세 이하는 65%에 달할 만큼 젊은층이 많고 이들의 소득 증가 속도도 매우 빠르다"며 "개인소비 비중이 전체 소비의 65%로 매우 높고,매년 50만명씩 증가하는 엔지니어가 중산층에 편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1조5000억달러 인프라에 투자

뉴델리에서 뭄바이까지의 거리는 870㎞.하지만 수입한 화물을 뭄바이항에서 뉴델리까지 운송하는 데는 2주일 가까이 소요된다.

항구가 붐비는 탓에 정박 대기시간이 평균 91시간에 달하고,물건을 내리는 데만 사흘이 더 걸린다. 게다가 도로와 철도가 제대로 깔려 있지 않아 화물을 제때 운송하는 것도 쉽지 않다.

푸시파 트리베디 IIT봄베이대 경제학과 교수는 "도로 항만 철도 등 인프라 부족이 인도의 경제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뉴델리 등 내륙에 있는 부유층들이 국내에서 생산한 물건을 전달받는 것보다 비행기를 타고 두바이 등으로 가서 빠르게 쇼핑하는 것을 선호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인도의 모습도 조만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인도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화물철도구축(DFC)이 단적인 예다. 지난해 11월 인도 동부해안 콜카타 인근의 산업도시 단쿠니에서 첫 삽을 뜬 DFC는 내륙의 뉴델리와 서부해안의 뭄바이까지 3300㎞를 철도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DFC를 따라 100㎞마다 특화된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해 산업지도를 확 바꾼다는 계획이다.

라즈단 부사장은 "인도는 1조2000억달러인 GDP보다 많은 1조5000억달러를 2012년부터 5년간 인프라에 투자할 것"이라며 "중국은 이미 많은 성장을 이뤘지만 인도는 이제 시작"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양극화 여전히 걸림돌

문제는 빈부격차다. 타타그룹과 인도 재계 서열 1위를 다투는 릴라이언스그룹 무케시 암바니 회장의 27층짜리 고층 저택이 지난해 10월 뭄바이 도심 한가운데에 완공됐다. 건축 과정에 10억달러(1조1000억여원)가 들어간 대저택이다. 차량 168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을 비롯해 일하는 직원만 600여명에 이르지만,실거주자는 암바니 회장의 가족 5명뿐이다.

이곳에서 자동차로 불과 30분만 이동하면 세계 최대의 슬럼가로 불리는 다라비가 펼쳐진다. 트리베디 교수는 "정부는 공공보건과 교육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집행하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뭄바이(인도)=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