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경제개발계획이 시작된 1962년 한국의 무역규모는 채 5억달러도 안 됐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수출 4674억달러,수입 4257억달러로 잠정집계돼 불과 반세기 만에 무역 1조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무역규모의 이 같은 급속한 팽창은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문 사례다. 뿐만 아니라 수출상품의 구성이 단기간에 1차상품 중심에서 첨단제품 중심 구조로 전환된 점 또한 이례적이다.

하지만 한국 무역의 이 같은 질적 · 양적 성장세가 순조롭게 지속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몇 가지 있다.

무엇보다 최근 급속한 수출 증대는 순전히 한국 상품의 대외경쟁력 향상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원화가치의 상대적 하락에 기인한 바가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미국의 통화정책이 양적 완화를 추진하고 있고 우리나라가 물가 불안에 따라 이자율을 높여갈 것으로 보여 앞으로 원화가치는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원화의 상승 기조 아래서도 수출을 계속 늘려나가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이 시급하다. 유입되는 외화를 활용,낡은 기존 시설을 고성능 시설로 교체해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원자재 대량 수입에 의한 수입단가 삭감 등 한국 전체의 수입 활동을 능률화함으로써 수출 원가를 낮추는 노력이 절실하다.

또 하나의 과제는 한국 수출의 급속한 중국시장 쏠림현상 시정이다. 한국 상품의 대중 수출 비중이 왜 그렇게 빠르게 높아졌는가 하는 점을 음미해 볼 이유가 있다. 중국 경제가 고도성장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자본재를 선택할 때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보다 한국의 자본재 수입이 보다 경제적인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중국 경제가 합리성에 입각해 자본재를 선택하는 한 한국의 대중수출 편중은 쉽게 변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최근의 통상환경에 비합리성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결국 지나친 대중 편중을 시정해야 하는데,1차적으로 그 방향은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성화해 가는 것이다. 이미 FTA가 체결된 동남아국가 및 인도와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남미 신흥국과의 FTA 체결에 적극 나서 이들 국가의 자본재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 미국 및 EU와의 FTA가 빨리 발효되도록 노력함과 동시에 일본과의 FTA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국 시장에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유럽 미국 일본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반 진출하는 것도 리스크 회피의 한 수단이 될 것이다.

한국의 수출상품 구조가 특정 품목에 집중돼 있는 것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무엇보다 중소기업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최근 수년간 한국의 수출구조에서 대기업 제품의 비중은 높아진 반면 중소기업 제품의 비중은 급속히 낮아지면서 수출상품 구조는 소수 대기업 제품으로 편중돼 왔다. 이로 인해 한국 경제가 이중구조화됐음은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는 한국 경제가 해결해야 할 핵심적 정책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강조되는 대기업 · 중소기업 간 동반 성장도 바로 중소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그 방향은 이미 강조되고 있는 것처럼 대기업이 가진 자본력,기술력 및 마케팅 능력을 중소기업의 발전과정에 최대한 활용되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이런 흐름이 지속되려면 도덕성의 강조가 아닌,그 자체로 대기업에도 이익이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요체라는 점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이 같은 과제들을 공고하게 인식하고 그 극복을 위한 체계적이고도 치밀한 접근이 이뤄질 때 눈앞에 다다른 무역 1조달러 시대가 안착될 것이다.

이종윤 < 한국외대 명예교수·국제통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