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년 'E10 리포트'] (5) 구매력 갖춘 중산층 9천만명…고성장 印尼 '소비大國'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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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세계 최대 이슬람국-인도네시아
500만명이 '명품 선호족'
인구 2%가 전체 예금액 81%, 고가매장 북적…씀씀이 커져
지갑 여는 중산층
곳곳에 쇼핑몰ㆍ마트…매출 급증, 소매유통시장 올 15% 성장 전망
국내기업 내수시장 공략
LG가전 1위·롯데마트 매장 22개, 관료주의ㆍ인프라 부족 '걸림돌'
500만명이 '명품 선호족'
인구 2%가 전체 예금액 81%, 고가매장 북적…씀씀이 커져
지갑 여는 중산층
곳곳에 쇼핑몰ㆍ마트…매출 급증, 소매유통시장 올 15% 성장 전망
국내기업 내수시장 공략
LG가전 1위·롯데마트 매장 22개, 관료주의ㆍ인프라 부족 '걸림돌'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중심가인 탐린거리.최대 쇼핑몰인 프라자인도네시아와 그랜드인도네시아가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이들 쇼핑몰 1층은 루이비통을 비롯해 구찌 샤넬 페라가모 등의 명품점으로 채워져 있다. 초등학교 교실만한 크기의 명품 매장마다 수십여명의 쇼핑객들로 북적였다.
프라자인도네시아 내 루이비통 매장에서 만난 40대 사업가 마르수디 프리오 팜부디는 "이번 겨울 휴가 때 들고갈 여행용 가방과 서류 가방을 보러왔다"며 수천달러를 호가하는 제품을 고르고 있었다. 그는 60대 노모와 아내,두 딸과 함께 이 매장을 찾았다. 가방과 지갑 액세서리 등이 팜부디씨 가족의 선호 품목이다.
매장 직원인 이완 탄시르는 "자카르타에만 세 개의 루이비통 매장이 있다"며 "직접 매장을 찾는 고객도 있지만 최근에는 신상품이 나오면 제품을 갖고 자택이나 사무실로 방문해 달라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2300달러대인 인도네시아에서의 소비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민간소비가 GDP의 절반 이상 차지
인도네시아 소비층이 커지고 있다. 세계 4위인 2억4000만 인구 중 2% 남짓인 500만여명이 '명품선호족'으로 추정된다. 인도네시아 전체 예금의 81.5%를 이들이 갖고 있다. 명품족 이 외에 중 · 저가 소비층도 두텁다.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가 1억5800만명이다. 직접 돈을 벌고 쓰는 계층이 전체 인구의 66%다. 민간소비는 이 나라 GDP의 56%를 차지한다.
소매유통시장 규모는 지난해 111억달러에 달했다. 올해 13~1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컨설팅회사인 맥킨지는 인도네시아 중산층 가구가 현재의 36%에서 2020년에는 58%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산층 기준을 연간 소득 5000~1만5000달러로 잡은 결과다. 김재한 KOTRA 자카르타센터장은 "최근 대형 쇼핑몰과 마트들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경제는 이 같은 소비를 주축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앤디 메간타라 재무부 거시경제국장은 "지난해 GDP 증가율을 6%대로 추정한다"며 "교통과 통신,호텔 · 요식 · 무역업 등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성장률은 6.4%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는 자원 부국(富國)이기도 하다. 세계 1위의 유연탄 수출국이며 동남아 최대 산유국이다. 천연가스 매장량은 세계 6위이고, 팜오일 생산은 세계 1위,목재와 카카오 생산은 2위다. 국제 시장에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무역수지 개선과 함께 국민의 지갑도 두둑해지고 있다.
늘어나는 소비층과 풍부한 원자재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간 내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났다. '믹트(MIKT)' '마빈스(MAVINS)' '빅스(BIICs)' '비시스(BICIs)' 등 신흥국을 일컫는 신조어에 인도네시아가 빠지지 않는 이유다.
◆한국 기업들,소비시장 공략 가속
국내 기업들의 인도네시아 진출도 활발하다. 급팽창하는 내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LG전자는 인도네시아 가전 시장 1위다. 삼성전자와 함께 현지 고가 가전제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2008년 10월 인도네시아 마크로 19개점을 인수하며 한국 유통업체로는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지난해 세 개를 추가해 매장을 22개로 늘렸다.
코린도그룹은 조림 및 목재 사업을 선도하며 인도네시아 토종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한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채선당 잉크천국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 기업의 인도네시아 진출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코는 인도네시아를 아세안(ASEAN ·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10개국이 가입해 있는 동남아국가연합) 생산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60억달러를 들여 이 나라 국영철강회사와 공동으로 2013년까지 300만t규모의 일관제철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프리랜서 통역사인 최은영씨는 "최근 한국 기업의 인도네시아 진출이 크게 늘어 이미 두 달치 통역일이 다 잡혔다"며 일정이 빽빽이 적힌 수첩을 보여줬다.
성장 잠재력이 크지만 걸림돌도 많다. 지나친 관료주의와 인프라 부족,잇따르는 각종 시위가 문제다. 지난달 10일에도 유가보조금 지급 폐지에 반대하는 시위 행렬이 탐린거리 인도 쪽 2개 차선을 점유하고 있었다. 자카르타 지역 근로자 최저임금은 146달러(16만5000원)로 여전히 싼 편이지만,올해 인상률이 15.38%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기업에는 부담이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