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그룹이 중국 기업과 손잡고 대형 원자로를 공동 개발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5일 보도했다. 도시바 산하 원자력발전 설비업체인 미국 웨스팅하우스일렉트릭(WH)은 중국 국영 원전 기업 국가핵전기술공사(SNPTC)와 공동으로 2017년 가동을 목표로 가압수형 원자로(PWR)를 개발하기로 했다.

2009년 말 한국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에 충격을 받은 일본이 세계 최대 원전 시장으로 부상하는 중국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과감한 기술이전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WH는 앞서 중국에 기술이전을 조건으로 최근 1100㎿ 규모의 3세대 원전 노형 AP1000 4기를 수주했고 7만5000건 이상의 기술을 중국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현재 11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으며,추가로 26기를 건설 중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향후 10년 동안 8000억위안(1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WH와 SNPTC가 공동 개발하는 원자로는 'CAP1400'으로 불리는 가압수형 원자로다. 140만㎾급으로 약 50만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도시바가 2006년 인수한 미 원전설비업체 WH는 1950년대부터 군사 · 민수용 원자로를 개발,이와 관련한 핵심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도시바가 경쟁 업체인 미쓰비시중공업과 프랑스 아레바에 맞서기 위해 중국과 손잡았다고 설명했다.

산케이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국제 원전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한국은 UAE 원전 수주 1주년을 맞았지만 그 사이 새로운 원전 수주 소식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은 지난해 9월 요르단과 원자력 협정을 맺었고,10월엔 베트남 원전을 수주했으며 11월에는 태국과도 신규 원전 건설에 관한 기술협정을 맺었다. 일본 언론들은 터키 원전 수주전에서도 일본이 한국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전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