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파생상품 시장의 거래 규모가 지난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재정위기 등 변수가 많았던 데다 증권사들이 파생 시장 진출을 가속화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주식옵션과 엔 · 유로선물 등 거래가 부진한 상품은 여전히 소외받고 있어 질적 성장이 과제로 떠올랐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선물 · 옵션 시장의 하루평균 거래량은 1495만계약으로 한 해 전보다 21.4% 증가했다. 선물 시장의 일평균 거래량은 90만계약으로 17.1% 불어났고,옵션은 1404만계약으로 21.7% 급증했다. 둘을 합친 거래대금은 31.8% 급성장해 57조원에 달했다.

유럽 재정위기와 지정학적 위험,중국 긴축정책 등으로 시장이 등락을 거듭한 게 파생상품 거래 급증으로 이어졌다. 신승철 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금융상품운영 팀장은 "글로벌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선물 · 옵션 거래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수요가 늘었다"며 "미니금선물 등 신상품들이 등장한 것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이 잇따라 파생상품 시장에 뛰어들었고,ELW(주식워런트증권)와 ELS(주가연계증권) 시장이 팽창하면서 옵션거래 등을 통한 헤지 수요도 늘어났다.

가장 선전한 상품은 3년 국채선물로 일평균 거래량이 40.1% 급증했다. 달러선물은 환율 변동을 헤지하려는 개인과 외국인 참여가 늘면서 22.9% 성장했고,주식선물도 10개 종목의 추가 상장에 힘입어 21.9% 불어났다. 세계 최대 규모인 코스피200옵션 거래량은 지난해 21.5% 증가해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면 몇몇 상품에 거래가 쏠린 반면 소외된 상품은 부진을 면치 못하는 '불균형'이 두드러졌다. 돈육선물의 경우 2009년 하루 평균 55계약에서 작년 56계약으로 단 1계약 늘었고,거래대금도 일평균 2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8월 신규 상장한 미니금선물(거래단위 100g)이 하루 406계약으로 선전한 반면 기존 금선물(거래단위 1㎏)은 불과 7계약에 머물렀다. 엔선물과 유로선물 역시 일평균 1000계약 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달러선물의 급성장과 대조된다.

옵션시장의 불균형은 더하다. 하루 1조2672억원에 달하는 옵션 거래대금의 거의 100%는 코스피200옵션이 차지하고 있다. 주식옵션 거래대금은 일평균 1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ELW 시장의 급팽창 속에서 그 대항마인 주식옵션은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거래량이 많다는 것보다 얼마나 파생상품을 잘 활용하고 있느냐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