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칼럼] 어제의 성공신화는 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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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새해가 밝았다. 매년 한 해가 가고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거지만 지나간 시간들을 아쉬워하게 된다. 좀 더 열심히 살 것을. 이렇게 지나간 시간을 후회와 반성을 하면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계획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과거의 추억 속에 머물러 있는 사람도 있다. 특히 지나간 시간이 화려했던 사람이 그렇다. 왕년에 내가 어떠했는데 하면서.
고위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한 사람이 있었다. 퇴직 후 사람을 만나러 일했던 청사에 들어가려는데 정문에서 십여 년 동안 매일 마주치던 수위가 아는 척은 하지 않고 오히려 무슨 일로 왔냐며 용건을 물어와 화가 났다고 했다. 필자가 그를 위로하며 수위가 지금까지 정문에서 인사를 한 것은 관용차를 보고 한 것이지 당신에게 인사를 한 것은 아니다. 이제 관용차가 아닌, 걸어 들어오니 당신을 알아볼 수 없지 않느냐고 그 이유를 말해주었더니 그제야 그는 수긍을 하는 듯 했다.
퇴직 후 한 동안 잘 나가던 때, 추종하는 사람들로부터 대접받던 그 때를 그리는 재미로 지내다가 보통사람의 대접을 받게 되면 화가 나면서도 달라진 현실을 느끼게 된다. 지금까지 남들이 자신을 보았던 것이 아니라, 그가 갖고 있던 직책에 고개를 숙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높이 성공할수록 달라진 환경에 부딪쳐 생기는 충격도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단지 적응만 하지 않고 제2의 인생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도 인식하게 된다. 그 새로운 인생이 돈을 버는 일이면 더 좋지만 아니어도 상관은 없다.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면 되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하고 싶다고 꿈 꿨던 일을 하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의 한국대표였던 L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은퇴 후 시골로 내려갔다. 한 때 회장으로서 수많은 직원을 거느렸지만 일 하는 틈틈이 농사에 관심을 두었던 그는 퇴임 후 경남의 한 시골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 농사를 짓겠다고 마을사람들에게 땅을 팔라고 했을 때, 공대출신에다가 휴대폰회사 회장이 환갑을 넘어 농사를 짓는다는 것에 대해 다들 난색을 표했다. 마을 사람들은 벼농사 한 번 안 지어 본 사람이 무슨 농사냐며 못 미더워했지만 그가 하도 졸라대자 마지못해 천수답을 두 고랑 빌려주었다.
이 작은 땅을 시작으로 해서 L 회장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지장농법의 벼농사다. 그는 농업도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며 지장농법, 미세가공법으로 접착성을 높여 밀가루를 대체할 쌀가루를 개발하는 등 이미 시대를 앞서는 농사법을 연구했다. 그 공(?)을 인정받아 2005년에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면민(面民)이 드리는 상’을 받기도 했다. IT 회장에서 농사꾼으로 멋지게 변신을 한 것이다.
농사꾼으로 멋지게 변한 L회장은 인생은 자연의 이치와 같다고 말한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언제나 새로운 인생의 기회가 찾아온다고. 두 번째 인생에 있어서 무엇을 하든 결코 늦은 것은 없으며, 어떤 일을 하든 남의 시선을 생각할 필요도 없다. 지금까지 자신의 인생을 살아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면 되는 것이다.
고생해가며 멋진 자동차를 만들었어도 냉정하게 부수지 않고서는 결코 새로 우주선을 만들 수 없다는 레고 블럭의 법칙이 있다. 어제의 옷을 벗지 않고 두 가지 옷을 겹쳐 입고 있으면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만 오게 될 것이다. 들에 가면 농부가 되고, 바다에 가면 어부가 되고, 산에 가면 포수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변신을 해야 할 때는 과감히 어제의 나는 잊어야 한다. 어제의 성공의 신화가 새로운 나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에게 꿈만 있다면 어제의 ‘나’가 아닌, 새로운 ‘나’도 나쁘지 않은 것이다. (hooam.com/whoi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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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한 사람이 있었다. 퇴직 후 사람을 만나러 일했던 청사에 들어가려는데 정문에서 십여 년 동안 매일 마주치던 수위가 아는 척은 하지 않고 오히려 무슨 일로 왔냐며 용건을 물어와 화가 났다고 했다. 필자가 그를 위로하며 수위가 지금까지 정문에서 인사를 한 것은 관용차를 보고 한 것이지 당신에게 인사를 한 것은 아니다. 이제 관용차가 아닌, 걸어 들어오니 당신을 알아볼 수 없지 않느냐고 그 이유를 말해주었더니 그제야 그는 수긍을 하는 듯 했다.
퇴직 후 한 동안 잘 나가던 때, 추종하는 사람들로부터 대접받던 그 때를 그리는 재미로 지내다가 보통사람의 대접을 받게 되면 화가 나면서도 달라진 현실을 느끼게 된다. 지금까지 남들이 자신을 보았던 것이 아니라, 그가 갖고 있던 직책에 고개를 숙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높이 성공할수록 달라진 환경에 부딪쳐 생기는 충격도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단지 적응만 하지 않고 제2의 인생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도 인식하게 된다. 그 새로운 인생이 돈을 버는 일이면 더 좋지만 아니어도 상관은 없다.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면 되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하고 싶다고 꿈 꿨던 일을 하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의 한국대표였던 L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은퇴 후 시골로 내려갔다. 한 때 회장으로서 수많은 직원을 거느렸지만 일 하는 틈틈이 농사에 관심을 두었던 그는 퇴임 후 경남의 한 시골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 농사를 짓겠다고 마을사람들에게 땅을 팔라고 했을 때, 공대출신에다가 휴대폰회사 회장이 환갑을 넘어 농사를 짓는다는 것에 대해 다들 난색을 표했다. 마을 사람들은 벼농사 한 번 안 지어 본 사람이 무슨 농사냐며 못 미더워했지만 그가 하도 졸라대자 마지못해 천수답을 두 고랑 빌려주었다.
이 작은 땅을 시작으로 해서 L 회장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지장농법의 벼농사다. 그는 농업도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며 지장농법, 미세가공법으로 접착성을 높여 밀가루를 대체할 쌀가루를 개발하는 등 이미 시대를 앞서는 농사법을 연구했다. 그 공(?)을 인정받아 2005년에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면민(面民)이 드리는 상’을 받기도 했다. IT 회장에서 농사꾼으로 멋지게 변신을 한 것이다.
농사꾼으로 멋지게 변한 L회장은 인생은 자연의 이치와 같다고 말한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언제나 새로운 인생의 기회가 찾아온다고. 두 번째 인생에 있어서 무엇을 하든 결코 늦은 것은 없으며, 어떤 일을 하든 남의 시선을 생각할 필요도 없다. 지금까지 자신의 인생을 살아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면 되는 것이다.
고생해가며 멋진 자동차를 만들었어도 냉정하게 부수지 않고서는 결코 새로 우주선을 만들 수 없다는 레고 블럭의 법칙이 있다. 어제의 옷을 벗지 않고 두 가지 옷을 겹쳐 입고 있으면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만 오게 될 것이다. 들에 가면 농부가 되고, 바다에 가면 어부가 되고, 산에 가면 포수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변신을 해야 할 때는 과감히 어제의 나는 잊어야 한다. 어제의 성공의 신화가 새로운 나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에게 꿈만 있다면 어제의 ‘나’가 아닌, 새로운 ‘나’도 나쁘지 않은 것이다. (hooam.com/whoi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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