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1조 기업'의 성공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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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근 신성홀딩스 회장은 지난해 봄 기자와 점심을 함께한 뒤 헤어지면서 '플랜B 3.0'이라는 책을 선물했다. "과학과 기업을 담당하는 데스크가 미래 산업에 대해 모르면 지면을 어떻게 만들겠는가"는 말과 함께.미국의 환경운동가 레스터 브라운이 쓴 '플랜B 3.0'은 탄소 배출을 줄여 생태계를 복원해야 문명을 살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7개월쯤 뒤 이 회장을 다시 만났다. 그는 올 5월까지 태양전지 셀 생산능력을 두 배로 키워 연간 300㎿ 규모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6개월여 만에 1000억여원을 쏟아붓는 프로젝트다. 6200억원 규모의 그룹사 전체 매출(작년 추정치)을 볼 때 엄청난 투자다. 이 회장은 태양광 셀분야 투자를 발판으로 올해 그룹 매출 1조원에 도전한다. 이 회장은 "주문에서 납기까지 1년 이상 걸리는 외산 장비를 쓸 때에 비해 6개월 만에 똑같은 성능을 갖춘 라인을 만들 수 있다"며 투자에 대한 과실을 자신했다.
한국 기업이 강해졌다는 건 구문(舊聞)이다. 우리가 쫓아가기에 바빴던 일본이 드러내놓고 인정할 정도다. 지난 연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통사설(사설란을 통틀어 1개로만 채운 것)을 통해 "이제 일본 소비자 역시 한국 제품의 품질을 신뢰하기 시작했다"며 "이대로 있다가는 안방마저 빼앗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엄살은 아닌 것 같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는 "일본의 경쟁 기업들이 3개월에 걸쳐 생산 · 시공하는 장비를 우리는 3주면 해낸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그 덕분에 플라이드머티리얼 · 델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과 당당하게 경쟁하고 있다. 황 대표는 "매출의 60%는 해외에서 일으키고 있다"며 "올해는 해외 비중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시장의 1% 정도인 내수시장에 안주해선 매출 1조원 기업이 나올 수 없다"고 잘라말한다.
우리나라가 올해 '교역 1조달러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산업의 허리'인 중견기업들의 매출 1조원 달성에 거는 기대도 커졌다. 삼동 일진전기 등이 후보군(群)이다. 지난해 셋톱박스업체 휴맥스가 이 고지에 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강해진 건 뭐든지 만들어내는 싸움,이른바 '공장 대결'에서 발군의 경쟁력을 갖춘 덕분이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선수들이 축구하는 모습을 볼 때 사람들은 '공이 발에 붙어 있다'고 말한다. 지금 한국의 제조업이 이런 수준에 와 있다. 남미 선수처럼 공장을 자유자재로 가동해 뭐든지 잘 만들 수 있는 기업들이 '1조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한국 기업의 강점은 △신속한 경영 판단 △선택과 집중 △글로벌 경영 등에서 나온다. 이런 강점을 더 살려야 한다. 현실은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스피드 경쟁에선 중국에 이미 추격당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창업 후 15년 만인 1984년 매출 1조원 고지에 올라섰다. 그 뒤 4년 만에 덩치를 20배 키웠다. 일자리와 국내총생산(GDP)을 크게 늘린 건 불문가지다. 1조원 기업이 더 많이 나와야 하는 까닭이다. 정부는 '1조 기업' 후보를 선정,이들에 특별융자는 물론 대학과 출연연구소의 연구 · 개발(R&D)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주마가편(走馬加鞭)하면 더많은 글로벌 스타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름만 그럴 듯한 '1인 창조기업'보다는 '1조 기업' 육성이 훨씬 실효적이다.
남궁덕 과학벤처중기부장 nkduk@hankyung.com
7개월쯤 뒤 이 회장을 다시 만났다. 그는 올 5월까지 태양전지 셀 생산능력을 두 배로 키워 연간 300㎿ 규모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6개월여 만에 1000억여원을 쏟아붓는 프로젝트다. 6200억원 규모의 그룹사 전체 매출(작년 추정치)을 볼 때 엄청난 투자다. 이 회장은 태양광 셀분야 투자를 발판으로 올해 그룹 매출 1조원에 도전한다. 이 회장은 "주문에서 납기까지 1년 이상 걸리는 외산 장비를 쓸 때에 비해 6개월 만에 똑같은 성능을 갖춘 라인을 만들 수 있다"며 투자에 대한 과실을 자신했다.
한국 기업이 강해졌다는 건 구문(舊聞)이다. 우리가 쫓아가기에 바빴던 일본이 드러내놓고 인정할 정도다. 지난 연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통사설(사설란을 통틀어 1개로만 채운 것)을 통해 "이제 일본 소비자 역시 한국 제품의 품질을 신뢰하기 시작했다"며 "이대로 있다가는 안방마저 빼앗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엄살은 아닌 것 같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는 "일본의 경쟁 기업들이 3개월에 걸쳐 생산 · 시공하는 장비를 우리는 3주면 해낸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그 덕분에 플라이드머티리얼 · 델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과 당당하게 경쟁하고 있다. 황 대표는 "매출의 60%는 해외에서 일으키고 있다"며 "올해는 해외 비중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시장의 1% 정도인 내수시장에 안주해선 매출 1조원 기업이 나올 수 없다"고 잘라말한다.
우리나라가 올해 '교역 1조달러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산업의 허리'인 중견기업들의 매출 1조원 달성에 거는 기대도 커졌다. 삼동 일진전기 등이 후보군(群)이다. 지난해 셋톱박스업체 휴맥스가 이 고지에 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강해진 건 뭐든지 만들어내는 싸움,이른바 '공장 대결'에서 발군의 경쟁력을 갖춘 덕분이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선수들이 축구하는 모습을 볼 때 사람들은 '공이 발에 붙어 있다'고 말한다. 지금 한국의 제조업이 이런 수준에 와 있다. 남미 선수처럼 공장을 자유자재로 가동해 뭐든지 잘 만들 수 있는 기업들이 '1조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한국 기업의 강점은 △신속한 경영 판단 △선택과 집중 △글로벌 경영 등에서 나온다. 이런 강점을 더 살려야 한다. 현실은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스피드 경쟁에선 중국에 이미 추격당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창업 후 15년 만인 1984년 매출 1조원 고지에 올라섰다. 그 뒤 4년 만에 덩치를 20배 키웠다. 일자리와 국내총생산(GDP)을 크게 늘린 건 불문가지다. 1조원 기업이 더 많이 나와야 하는 까닭이다. 정부는 '1조 기업' 후보를 선정,이들에 특별융자는 물론 대학과 출연연구소의 연구 · 개발(R&D)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주마가편(走馬加鞭)하면 더많은 글로벌 스타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름만 그럴 듯한 '1인 창조기업'보다는 '1조 기업' 육성이 훨씬 실효적이다.
남궁덕 과학벤처중기부장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