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이 새해 부가가치세를 대거 인상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각국 간 세율차를 이용한 세금 관련 범죄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 "유럽 각국에서 부가세 인상을 추진하면서 국제적 세금 사기 우려도 커진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2011년 초 최소 6개국이 부가세를 인상할 계획이다. 영국이 부가세를 17.5%에서 20%로 올릴 방침이고,포르투갈은 21%에서 23%로 인상할 계획이다. 라트비아는 21%에서 22%로,슬로바키아는 19%에서 20%로,스위스도 7.6%에서 8%로 높인다. 핀란드도 소득세 감소에 따른 재정손실 20억유로를 메우기 위해 부가세를 최대 2%까지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유럽 국가들이 부가세 인상 대열에 합류하는 것은 재정위기로 경기가 침체된 데다 고령화가 진행된 상황에서 안정적인 세수 확충에 간접세인 부가세가 보다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리처드 애스퀴스 TMF그룹 애널리스트는 "법인세 등 기업 관련 세금은 낮은 상태로 유지하면서 소비자들만 쥐어짜려는 행태는 전례 없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유럽 각국이 부가세 인상을 추진하면서 유럽연합(EU) 내 각국 간 부가세 차이를 이용한 각종 탈세 범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됐다. 부가세가 없는 국가에서 제품을 수입해 부가세가 높은 국가에서 판매한 뒤 부가세를 해당국에 납부하지 않고 챙기는 범죄를 일컫는다. 동일한 제품이라도 한 국가에선 부가세가 부과되지 않는 반면,다른 나라에선 고율의 부가세가 붙는 점을 노린 것이다. 예를 들어 휴대폰의 경우 프랑스에선 부가세가 붙지 않지만 영국에선 고율의 부가세가 붙는 만큼 부가세 차액을 노리는 집단이 있다는 설명이다.

EU집행위원회는 이 같은 수법으로 인한 탈루액이 2009년 한 해 동안 900억~1130억유로에 이른 것으로 추산했다. FT는 "특히 영국은 독일(19%)이나 네덜란드(19%)보다도 부가세가 높아지면서 세금 범죄자들의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말레이시아와 베네수엘라 등도 세수를 늘리기 위해 새해부터 부가세를 인상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