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주도권은 끊임없이 흘러간다. 미국에서 시작한 반도체가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왔고 머지않아 다른 나라로 가게 될 것이다. 삼성전자의 도전은 멈춰서는 안된다. "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 40년사 발간 기념사에서 한 말이다. 2007년 신년사 이후 이 회장이 내놓은 첫 번째 공식 기념사인 셈이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의 40년 역사에 대해 "국가 전략산업의 역사이자 세계 전자산업의 판도를 바꾼 드라마"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시작은 보잘 것 없었지만 우리의 꿈은 원대했으며 이는 도전과 창조의 역사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창립 40년 만에 글로벌 톱 기업의 반열에 오른 것에 대한 감회를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길은 더욱 험난할 것이라는 경계도 잊지 않았다. 그는 "영원히 뻗어갈 것만 같던 일류 기업이 힘없이 무너지고 생각하지 못했던 기업들이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며 "세계 시장의 경쟁구도가 숨가쁘게 재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자만과 안일에 빠지면 순식간에 역사의 뒤안길로 스러져 가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고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회장직 복귀 일성이었던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 역시 10년 안에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는 말과 맥을 같이하는 위기의식의 표현이었다.

삼성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도 제시했다. 이 회장은 "신수종 사업을 만들고 세계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로 고객과 사회로부터 진정한 사랑을 얻을 때까지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사랑'이란 말을 쓴 것은 삼성이 아직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 회장은 "지금 삼성전자는 앞선 자를 뒤따르던 쉬운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는 선두에 서 있다"며 "이 험난한 여정을 극복하고 초일류 기업으로 우뚝 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길을 가기 위해 삼성전자 40년사를 되돌아 볼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삼성전자 40년 역사의 곳곳에는 불굴의 용기와 도전,창조의 열정이 빛나고 있다. 역사가 미래를 밝혀 주듯 과거의 이 빛은 불확실한 미래에 삼성전자가 나가야 할 길을 밝혀 줄 것이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