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 시장이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하강)에 빠졌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미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데다 매물이 증가하고 있는 탓이다.

28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케이스실러 지수위원회는 미국 주요 20개 도시의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산출한 10월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가 145.32로 전달에 비해 1.3% 하락했다고 밝혔다. 계절조정 후 지수 하락폭은 1.0%로 시장 예상치(0.8% 하락)보다 낙폭이 컸다. 10월까지 5개월 연속 주택 가격(연율 기준)이 하락한 셈이다.

지난 4월 말 신규주택 구입자에 대한 세 감면 혜택이 끝나면서 일시적으로 주택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분석이 있었지만 최근 가격 하락 속도는 주택 시장 전망 자체를 어둡게 할 정도라는 게 이코노미스트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지수를 만든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미국 경제가 양호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부양 효과가 떨어진 이후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10월 주택 가격 하락세는 주택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를 접게 할 정도로 심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택 시장 하락세가 이어지면 미 경제 회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택 시장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지만 투자 부문에서는 27%나 차지하고 있고 고용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경기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날 CNBC 방송에 나와 미국 주택 시장이 이미 더블딥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주택 가격 하락폭이 커진 데다 주택 가격 하락이 미 전역으로 확산된 점을 그 근거로 꼽았다. 그는 "주택 시장 부양 효과가 소진된 6월 이후 주택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주택을 압류한 금융사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으면 주택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금융사들이 압류한 주택을 시장에 내놓으면 매물 압박으로 주택 가격이 추가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에 따라 주택 구입 시점을 늦추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데이비드 블리처 S&P-케이스실러 지수위원회 위원장도 "10월 주택 판매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25% 감소했고 팔리지 않은 주택은 50% 급증했다"며 "사실상 더블딥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압류 물량이 증가하고 매입 수요가 위축되면 주택 가격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리처드 디카서 우드리파크리서치 사장은 "6월 이후 주택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주택 시장이 미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웨스트우드캐피털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2006~2009년 주택 시장 침체기에 나타났던 것처럼 반복적으로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며 주택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지역별로는 애틀랜타가 2.1% 하락해 가격 하락폭이 가장 컸다. 10월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2009년 4월 저점 대비 4.4% 높지만 2006년 7월 고점에 비해선 29.6% 떨어진 것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

◆ S&P-케이스실러 지수

칼 케이스 웰즐리대 교수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공동 개발한 미국의 주택가격지수.20개 대도시 지역을 대상으로 최소한 두 번 이상 거래된 주택의 데이터로 지수를 산출해 공신력이 높다. 2000년 1월 100을 기준으로 한다. S&P와 산업전문가들로 구성된 인덱스위원회가 관리하며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