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와 손잡고 3D(입체)애니메이션을 공동 제작 · 배급할 계획입니다. 이번에 첫 작품의 스토리를 객관적으로 인정받은 게 기쁩니다. 전 세계인이 모두 아는 스토리를 재미있게 패러디한 것에 후한 점수를 준듯 싶습니다. "

서울 상암동 문화콘텐츠센터에서 29일 열린 '2010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시상식에서 '일곱 난장이'로 영예의 대상을 받은 김형순 로커스 대표(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벤처 신화의 주인공으로 영화계에 뛰어들었다가 쓴 맛을 본 뒤 애니메이션 사업으로 복귀했다. '일곱 난장이'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이번 공모대전에서 1960편의 응모작 가운데 최고 작품으로 선정됐다.

"'일곱 난장이'의 주인공은 백설공주가 아니라 난장이들입니다. 꽃미남에서 흉한 모습으로 변한 난장이들이 저주를 풀기 위해 백설공주의 사랑을 얻으려는 모험 얘기죠.글로벌화하기 쉽게 서양 고전을 패러디했습니다. "

심사단은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라는 서양 고전을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위트로 비틀면서 원작에 대한 비판의식까지 갖춘 작품으로 평가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모철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은 "이 작품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세계 시장에 배급되도록 다각도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곱 난장이' 스토리는 정규 직원들의 집단창작으로 만들었습니다. 픽사나 드림웍스 등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스토리 작업 방식이죠.6~7명의 직원이 지난해 5월부터 1년 반 동안 무수한 토론과 협의를 통해 트리트먼트,시나리오까지 생산했지요. 정규직원들로 구성된 작가 3명과 PD,리서치팀도 함께 작업했습니다. "

그는 집단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했다. "안정적인 급료보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지요. 작가들이 서로 잘났다고 나서면 배가 산으로 가는 일도 많습니다. 머리를 맞대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생각을 공유하도록 이끌어야 해요. "

그는 '일곱 난장이'를 포함해 3개의 스토리를 더 개발하고 있다. '일곱 난장이'는 다음 주부터 캐릭터 개발과 배경작업에 돌입한다.

1990년 로커스를 설립해 콜센터 장비사업으로 성공한 그는 2000년 영화와 매니지먼트회사인 싸이더스를 설립,2003년말 매각했다. 애니메이션 사업은 2007년부터 1년8개월 간 준비끝에 지난해 5월 본격화했다. 애니메이션 사업에 뛰어든 것은 성장성과 수익률이 높기 때문.1995년부터 2005년까지 세계 시장에 배급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23편의 수익률은 평균 383%에 달했다. 극장을 비롯한 비디오/DVD,TV 등 매출에서도 일반 실사영화보다 2.9배나 높았다.

"영어로 말하는 3D 애니메이션들을 할리우드 배급사와 공동으로 만들 겁니다. 불가능한 게 아닙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온 거죠.고전동화는 유럽에서 왔고 '뮬란'과 '쿵푸팬더'는 동양 스토리입니다. 다각도로 협업 방식을 찾아내겠습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