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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손꼽히는 루비콘의 릭 오브리는 CEO 시절 루비콘 베이커리를 통해 큰 성공을 이루었다. 저소득층의 경제적 독립과 고용창출을 미션으로 내세우고 빵을 만들고, 조경 · 주택사업을 하며 연간 순익 1,700만 달러(약 178억 원)를 올리는 알짜 기업이 됐다. 더불어 루비콘은 2006년~2007년에 1,024명의 근로지원프로그램을 실시, 그 중 350명의 고용창출을 이끌었다. 또한 929명에게 주거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했고 238명이 영구 거주지나 임시 거주지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왔다. 루비콘에게는 자연스럽게 세계적인 사회적 기업이라는 타이틀이 주어졌다. 이러한 루비콘의 명성은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경영이야말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는 길임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이른바 '착한 기업'으로 불린다.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한 회의가 깊어지고 복지가 사회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현실에서 복지와 고용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우리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어느 때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기업은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대기업까지 나서서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고 설립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지난 6월 정부는 '비상경제대책회의 겸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열고 2012년까지 사회적 기업 1,000개를 육성하고 5만개 일자리 창출에 관한 계획을 수립했다. 지자체가 앞장서고, 중앙정부가 밀어주는 방식으로 사회적 기업 육성 추진체계를 확립하려는 움직임이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의 참여가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도입된 지 4년 만에 인증된 사회적 기업은 400여개에 달한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을 받고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내는 곳은 100개 안팎에 불과하다. 일부 사업자는 근로자 채용 및 위조 등을 통해 지원금 부정 수급, 취약 계층 허위 고용 등의 부정을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인은 몸집 불리기에 급급해 감시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와 사회 서비스에 대한 안일한 기업태도에 있다.

현재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의 발굴과 지원은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해 지역 특성에 맞게 지원하고 있다. 직원교육, 관리 · 경영, 생산 · 판매, 홍보 · 마케팅 등 사업 전반에 걸쳐 정부의 자금이 지원된다. 이처럼 사회적 기업의 운영 자금이 자체적인 노력과 성과 없이 일방적인 지원으로 이뤄지다보니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본래 취지를 잊은 채 무늬만 사회적 기업의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지배구조와 노동자 쥐어짜기 등이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정부 기대만큼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세금 감면 혜택에 임금 지원 등 예산만 낭비한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이 경제 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대표적인 것이 일자리 창출이다. 통계청의 최근 고용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공식 실업자는 93만 1000명으로 나타났다. 15~29세의 청년 실업률은 8.5%에 달한다. 경기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청년 취업자 수는 올 들어 6개월째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SK그룹은 그동안 52개의 사회적 기업을 설립 또는 지원 했으며 이를 통해 지난 6월말까지 총 1,099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더불어 향후 5년간 5,800여명의 일자리도 창출할 계획으로 있다. 현대 기아차그룹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2012년까지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1000개를 만드는 내용 등을 담은 사회적 기업 지원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2012년까지 총 75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방침에 있다. 청년실업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에서 그만큼 사회적 기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사회적 기업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기업의 자생적인 노력과 정부의 감시 기능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사회적 기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도 좋지만 이를 철저히 감독 관리하는 시스템도 병행해서 강화해야 한다. 몸집 불리기에 급급해 무조건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인건비 등 직접 지원보다는 공공조달시장 참여, 인프라 구축 등 간접 지원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형으로 전환하는 게 중요하다.

사회적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기업이 이윤을 절대시하는 영리 사업체와는 개념부터 다름을 인식해야한다. 사회적 기업이 생산적 복지활동을 위한 경제 활성화가 목적임을 분명히 할 때 지속가능한 경영을 내다 볼 수 있다. 정부의 인건비를 지원받기 위해 무리하게 회사규모를 확장하다보면 나중에는 이를 유지하는 데 급급하게 되어 목표를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영업활동 수행, 수익의 사회적 목적 재투자,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 등을 두루 갖춰야 한다. 이것이 경쟁력과 자생력을 갖춘 글로벌한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나는 지름길이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는 지금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도약하고 있다. 며칠 전 미국 골드만삭스는 '2011년 성장국가 리스트'를 발표하면서 멕시코와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등 4개국을 'MIKT'로 지칭하면서 전 세계 국내 총생산의(GDP)의 1%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한국은 경제 규모의 성장에 비해 존경받는 기업으로의 성장이 더디다. 글로벌 시장에서 앞으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규모의 팽창과 더불어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빵을 만들고, 조경 · 주택사업을 하며 세계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난 루비콘을 본받아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도 '제2의 루비콘' 탄생을 기대해본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