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들이 내년 해외 진출을 가속화한다. 국내 금융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만큼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4대 시중은행은 물론 보험사까지 글로벌 금융 영토를 확장하겠다는 야심찬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진출 경쟁이 자칫 비용 증가 등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해외발 위기 전염성을 키우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각 금융사들은 내년 해외 지점과 영업소를 대폭 확충하는 한편 현지 회사 인수도 추진하는 등 해외 영업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내년 일본 오사카 지점 설립을 추진키로 했다. 또 베트남 호찌민 사무소를 지점으로 확대키로 하고 최근 베트남 금융당국에 승인 신청을 했다. 인도 뭄바이에도 사무소 설치를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은 내년 하반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지점을 개설할 예정이다. 또 인도 첸나이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고 브라질 상파울루 사무소는 법인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호주 시드니에도 지점을 새로 열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일본 베트남 중국 미국 인도를 집중 공략 대상으로 정했다. 현지법인이 설립돼 있는 중국 베트남 일본 등에는 지점을 추가로 세우고 동남아 지역에서는 현지은행 인수를 추진할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현지법인이 설립돼 있는 인도네시아에서 현재 19개 수준인 영업점을 늘릴 계획이다. 베트남 호찌민 사무소도 지점으로 승격시키기 위해 현지 당국에 설립 승인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보험사들도 국내 보험시장이 성숙 단계를 지나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내년에는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기로 했다.

삼성생명은 내년에 중국에 지사를 추가 설치해 글로벌 금융망 확충에 나선다. 기존에 있던 베이징 본사와 별개로 베이징에 영업을 위한 분공사(지사)를 추가로 만들 예정이다. 본사와 지사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 현지영업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삼성화재는 내년 영국 런던사무소를 법인으로 전환해 본격적인 유럽 영업에 나선다. 또 내년 중순을 목표로 싱가포르에 캡티브(captive) 재보험사를 설립하거나 현지업체를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캡티브 재보험사란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때 현지 보험사에 보험을 가입해야 하는 등의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자사의 보험물건을 현지 보험사에 가입하는 대신 재보험을 수재하는 방식으로 위험관리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현대해상은 싱가포르에 일본계 브로커사와 합작으로 재보험 브로커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동부화재는 베트남 보험시장에 새로 진출한다. 내년 4월 호찌민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키로 하고 최근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았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베트남 영업거점 구축을 위한 사전 시장조사 및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우선 현지 사무소를 두기로 했다"며 "사무소 설치 후 2년이 지난 뒤 현지 사업면허를 취득하면 지점을 설치해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생명도 베트남 시장 진입을 위해 최근 현지에서 시장조사를 벌였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두 개의 현지법인을 통해 은행 영업을 하고 있고 신한카드도 내년 5월부터 현지에서 카드 사업을 벌일 예정이어서 보험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며 "보험 영업의 경우 아직까지는 리스크가 있어 신중한 입장이지만 내년 4월 베트남 총선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손해보험도 같은 그룹 계열사인 대한생명이 작년부터 호찌민과 하노이에서 생명보험 영업을 벌이고 있는 점을 감안,시너지 효과 창출을 위해 베트남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강동균/이호기/이태훈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