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사용 군사훈련 준비 중'(23일자 파이낸셜타임스).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계기로 외신에서 좋지 않은 이미지가 연상되는 한국 관련 기사가 부쩍 눈에 띈다. '전쟁' 같은 용어를 비롯해 최근 들어선 공격(assault),훈련(drills),침몰(sink),긴장(tension),마찰(conflict) 등 부정적 의미의 단어가 빠진 한국 관련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한 달 반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전후해 한국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담은 기사가 적지 않았다. 당연히 한국 경제에 주목하는 기사도 자주 보였다. 그러나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최근 남극 해역에서 원양어선 '제1인성호'가 침몰했을 때는 '한국 배 침몰하다'(로이터통신)는 자극적인 헤드라인도 있었다. 은연중 천안함 폭침사건을 연계시킨 보도였다.

뉴스포털 야후 뉴스 검색창에 'Korea'를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훈련,전함(warship),해역(waters)이 자동 추천된다. 구글 뉴스에선 분쟁 · 갈등 지역으로 한반도 상황을 전하는 1만개 이상의 기사를 볼 수 있다. '한반도=국제 분쟁지역'이라고 도식화해 보도하려는 외신도 많다. 예를 들어 연평도 사건 이후 '미사일이 발사됐다'는 식으로 과장 · 왜곡 보도를 한 CNN도 그런 측면이 있다. '북한 리스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우리 입장에서 보면 안타까운 기사들이 적지 않다. 이런 기사일수록 정정 보도엔 인색하다.

경제뉴스라고 해서 크게 달라보이지는 않는다. 현대건설 인수전 기사에선 '불화'라는 표현이 잦았고 한국 증시와 관련해선 '폭락'이나 '요동쳤다'는 평가가 '좋은 뉴스'를 압도했다. 비(非)영어권도 사정은 비슷하다. 가령 독일 언론의 한국 관련 기사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북한이고 위기,전쟁,위협이 뒤따른다. 최근에는 중국 매체들까지 이런 대열에 끼어들 조짐을 보인다.

좋은 기사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 한 해 외신을 돌아보면 한국이 처한 상황은 결코 안정적이지 않다. 한국의 성과도 독보적이지 못하다. 새해에는 더 나은 한국발 기사가 전해지길 기대해본다.

김동욱 국제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