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을 담당하는 기자로서 요즘 곤혹스럽다. 현대건설 매각과 관련,"현대자동차그룹을 돕는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묻는 사람을 종종 만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골리앗으로,현대그룹은 다윗으로 비유하며 '다윗이 이겨야 하는 데 뭔가 이상하다'는 뉘앙스로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다윗 · 골리앗 비유를 현대그룹이 스스로 들고 나왔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대기업의 친구조차 "비싸게 팔면 그만인 상인이 구매자에게 어디서 돈이 났는지 왜 묻냐"고 했다. 설명을 해도 이들은 좀체 의심을 거두려 하지 않는다.

전말은 간단하다. 현대상선 현지법인이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으로부터 빌렸다는 1조2000억원이 문제였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써낸 5조5100억원에 이 자금이 포함됐고,금융시장에선 자산 33억원에 불과한 현지법인이 어떻게 돈을 빌릴 수 있었는지 궁금해 했다.

채권단은 처음엔 시장의 궁금증을 못 본 체 했다. 논란에 말려들기보다는 비싸게,빨리 팔아 이익을 남기는 게 더 좋았고,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으로 봤다.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공기업인 정책금융공사와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은행이 포함된 채권단은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서 현대그룹에 해명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채권단과 시장의 궁금증을 명확히 해명하기를 끝내 거부했고 그 과정에서 '왜 말을 못하지?'하는 의심은 더 커졌다. 채권단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박탈이라는 초강수를 두자,현대그룹은 문제를 법정으로 들고 갔다. 자금 성격을 처음엔 예치금이라고 했다가 이후 신용대출,브리지론,유사 브리지론 등으로 말을 바꾼 것도 불신을 키운 요인이다. 이게 거의 전부다.

지난 24일 가처분 심리를 맡은 재판장은 "법원이 큰 짐을 떠안게 됐는데 채권단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본입찰 서류를 평가할 때 미리 확인했으면 아무 문제도 안될 일을 이 지경까지 오게 만들었느냐는 지적이었다. 금융권 인사는 "시장의 생각이 바뀌면 관행과 제도도 변해야 하는 데,그게 안돼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어쨌든 이제는 법원이 문제의 핵심을 잘 읽고 결정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수언 산업부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