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당분간 개성공단이 '불안한 현상유지' 상태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향후 거취를 결정하기에는 남북한 당국이 당장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 개성공단이 남북관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할 때 121개 업체,4만5000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속한 공단을 하루아침에 폐쇄하기에는 지나치게 부담이 크다는 진단이다. 북한의 추가 도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공단 활성화를 거론하기에도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다.

이상만 중앙대 북한개발협력학과 교수는 "천안함 폭침사태 이후 5 · 24 조치로 투자가 금지돼 앞으로 공단이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게다가 통행이 자꾸 끊기다 보니 거래처 사이에 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훼손되고 있어 공단이 활성화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하지만 가동이 중단되면 그에 따른 손실이 막대한 데다 다시 회생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감안하면 어떻게든 명맥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대북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인질 문제 등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이유로 공단 폐쇄를 결정하는 것도 지나친 강수라고 지적했다. 우선 전쟁 등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체류인원이 인질로 활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민간인 인질 문제가 불거질 경우 남북문제를 넘어 국제문제로 확대되고 북한 입장에서도 득될 것이 없다는 시각이다.

김영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단 폐쇄 후에도 금강산 관광지구와 마찬가지로 최소 수십명의 인원은 남아있게 마련"이라며 "공단을 폐쇄한다고 해서 인질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의 진로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조봉현 기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공단을 대남 압박카드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등 외국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국제공단으로 육성할 경우 북한의 개성공단 통제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시간을 두고 북한과의 협의채널을 다시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현선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서해5도를 둘러싼 갈등이 진정되면 내년에는 남북관계가 개선될 여지가 있다"며 "북한은 개성공단 발전에 대한 의지가 여전히 강한 만큼 남북관계를 완화시키는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대북강경책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생산라인에 대한 추가 투자 제한과 국내 이전을 유도하고 점진적으로 공단을 축소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남윤선/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