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있더라도 비핵화 의미 부여 한계
"IAEA사찰 수용 의사 함께 표명..긍정적"

북한이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에게 국외 반출 의사를 밝힌 핵연료봉은 핵무기 재료인 플루토늄 생산을 위해 만든 사용전연료봉을 의미한다.

지난해 1월 방북했던 정부 실사단이 확인한 바로는 북한은 5㎿ 원자로용 2천400여개, 50㎿ 원자로용 1만2천400여개 등 모두 1만4천800여개의 사용전연료봉을 영변 핵연료봉제조공장에 보관하고 있다.

이는 1994년 제네바합의에 따라 핵연료봉 공장이 동결되기 전인 1993∼1994년에 생산된 것으로 우라늄으로는 101.9t에 해당하며 현 국제시세로 1천400만 달러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한때 북한 핵시설 불능화의 일환으로 북한이 보관 중인 사용전연료봉을 직접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이를 위해 정부 실사단이 지난해 1월 4박5일간 북한 영변의 관련 시설을 직접 돌아보는 등 남북간 논의가 어느 정도 진척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당시 우리 실사단에게 국제시세를 크게 웃도는 가격을 제시한데다 검증의정서 채택 지연으로 비핵화 2단계(핵시설 불능화 및 대북 중유 100만t 지원)가 마무리되지 못하면서 북한의 사용전연료봉 구매 검토는 흐지부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리처드슨 주지사를 통해 사용전연료봉의 판매를 위한 협의 의사를 밝힌 것은 이런 맥락에서 큰 의미가 있는 새로운 제스처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작년에도 북한이 우리 정부보다 사용전연료봉 판매에 더 적극적이었다는 후문이다.

또 판매 협의가 잘돼서 북한이 보관 중인 사용전연료봉이 모두 국외로 반출된다고 하더라도 핵연료봉을 더 이상 제조하지 않는다는 약속이 이뤄지지 않는 한 무의미하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지적이다.

이렇게 볼 때 사용전연료봉 판매 및 국외 반출 의사를 표명한 데에 진정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큰 의미는 부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서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단의 복귀를 허용하는 등 사용전연료봉 반출 의사와 함께 IAEA 사찰 수용 의사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비핵화를 위한 긍정적인 행동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1일 "사용전연료봉의 국외 반출은 북한의 핵물질 추출 소지를 줄인다는 의미를 가진다"면서 "다만,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까지 공개한 마당에 사용전연료봉은 농축 이전 단계의 재료로 별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