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정책금리(기준금리)를 얼마나 인상할지는 내년 경제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 중 하나다. 한은은 미국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직후인 2008년 10월 연 5.25%이던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지난해 2월 연 2.0%까지 내렸다. 한은은 올해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자 두 차례(7월과 11월)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현재 연 2.5%로 운용하고 있다.

한은은 내년 중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은이 이유로 들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우선 경제성장률이 올해 6.1% 수준에 이어 내년에도 4.5%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우 한은 조사국장은 "내년엔 우리 경제가 추세성장률 수준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내년에 경제가 정상 궤도에 복귀함에 따라 기준금리 역시 정상화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은은 이와 함께 내년 물가가 불안하다는 점을 기준금리 추가 인상 불가피론의 근거로 들고 있다. 한은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반기 3.7%,하반기 3.3%로 연간 3.5%(이상 전년 동기 대비)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3.5%의 물가상승률은 한은이 중기 물가안정 목표의 중심축으로 잡고 있는 3%를 크게 웃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여기에다 "근원인플레이션율마저 3.1%로 예상되는 상황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근원인플레이션율이란 유가나 농수산물 등 가격변동폭이 큰 품목을 제외한 물가상승률로 현재는 2%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은은 그러나 내년 중 어느 정도 폭으로 금리를 인상할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김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내년 적정 기준금리로 연 4%를 제시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참고 사항일 뿐"이라며 "한은은 매달 금통위를 여는데 그때마다 국내외 상황을 종합 감안해 기준금리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IMF가 제시한 연 4%의 기준금리는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되 점진적 인상을 통해 연 3.0~3.5% 수준으로 높이는 게 적정하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별로 보면 삼성경제연구소가 연 3.0~3.25%,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이 연 3.25~3.5%를 적정 기준금리 수준이라고 제시했다.

민간 연구소들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지나치게 가파르게 인상할 경우 수요 위축→설비투자 둔화→고용 둔화→소비 감소→경기 둔화의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민간 연구소들은 이와 함께 정부(5%)와 한은(4.5%)의 내년 성장률 전망에 대해 '다소 낙관적인 측면이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민간 연구소의 전망치를 보면 삼성 3.8%,LG 4.1%,현대 4.3% 등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요 부문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