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주민대피령..北 추가도발에 '촉각'

연평도 해병부대의 해상 포사격 훈련이 예정된 20일 오전 서해5도 지역 주민들은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연평도와 백령도, 대.소청도 등 서해 5도 전역에는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주민대피령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각 지역 면사무소는 대피 안내방송을 했으며, 주민들은 경찰과 면사무소 직원, 군 관계자 등의 안내에 따라 가까운 대피소로 신속히 이동했다.

지난달 23일 군의 해상 포사격 훈련 도중 시작된 북한의 포격으로 '아수라장'이 됐던 연평도에서는 대피소에 모여앉은 주민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주민 박모(50)씨는 긴장된 표정으로 "오늘 사격훈련을 한다고 해서 따뜻한 옷을 챙겨입고 나왔다.

면사무소에 있다가 대피령이 내려져 이대로 뛰어들어왔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모(40)씨도 "결국 사격훈련을 하는 거냐"라며 "불안해서 못 살겠다.

어차피 할 거라면 빨리 끝내버리는 게 낫다"라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급히 대피하면서 미처 따뜻한 옷을 준비하지 못한 탓에 대피소의 낮은 기온에 몸을 떠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연평초등학교에서 임시조립주택 부지 기반 공사를 하던 중 초등학교 내 대피소로 몸을 피한 인부 원모(55)씨는 "작업 중 군인들이 대피하라고 해서 달려왔는데 대피소 안이 추워 안에 있기 힘들다"라고 밝혔다.

또다른 인부 윤모(50)씨도 "옷을 따뜻하게 입고 왔어야 하는 건데.."라며 추위를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현재 연평도에 남아있는 주민은 100명. 관공서 직원, 복구 인력, 취재진 등을 포함하면 섬 잔류인원은 모두 280여명이다.

백령도에서도 주민 5천여명이 대피소 67곳으로 나뉘어 몸을 피했으며, 대청.소청도 주민 1천400여명도 대피소 31곳으로 이동했다.

등교 중이거나 수업 중이던 초.중.고등학교 학생들도 모두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대피하거나 교내 대피소로 이동했다.

인근 바다에서의 조업도 전면 통제됐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이날 오전 8시를 기해 인천시 옹진군 울도 서쪽에서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이르는 '특정해역'(5천200㎢)에서 민간어선의 조업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인천과 섬지역을 오가는 12개 항로 가운데 인천~백령도, 인천~연평도의 2개 항로 여객선도 발이 묶였다.

인천항운항관리실 관계자는 "군 당국이 사격훈련과 관련해 안전상의 이유로 여객선 운항 통제를 요청해와 이같이 조치했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주민은 북한의 추가 도발 위협에도 불구하고 사격훈련을 강행한 군 당국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백령도 주민 김모(52)씨는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꼭 사격훈련을 해야만 하는 건가"라면서 "북한이 정말 추가 도발을 하면 어쩌려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걱정했다.

대청도 주민 박모(48)씨도 "연평도 사건 이후 '우리도 강하게 대처해야 한다'라는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은 쌍방이 다 피해를 보게 되니 냉정을 되찾는 게 더 낫지 않느냐"면서 "사격훈련을 강행하면 접경지역 주민들은 어쩌라는 건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연평연합뉴스) 정묘정 송진원 기자 myo@yna.co.kr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