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한반도 긴장 고조와 관련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이사국인 러시아의 요청으로 19일 오전 11시5분(한국시간 20일 새벽 1시10분)에 개최됐다.

러시아 측은 회의 소집을 요구하면서 한국과 북한 양측에 대해 이 지역에서 상황을 추가로 악화시킬 수 있는 어떤 조치도 피해야 하며,최대 한도로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 초안을 마련해 안보리 회원국들에 배포했다.이 초안에는 현 상황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남북 양측에 지체없이 특사를 파견토록 요청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한반도 긴장 완화에 대한 미국,영국 등 서방 측과 중국,러시아간 견해 차가 커 안보리 의장성명안 도출에 진통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중국은 한반도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해 남한이 연평도 사격훈련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은 긴장 고조의 책임이 북한 측에 있으며 이번 사격훈련은 남한 영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북한이 문제삼을 이유가 없다는 의견으로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측 이사국들은 긴장 고조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북한을 비난하는 내용이 없는 안보리 성명은 채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위해 양측 모두에 자제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고 맞섰다.

특히 러시아는 회의 도중 ‘지난 11월 23일 사건(incident)을 통탄한다’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시하며 타협을 시도했다.하지만 서방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고,영국 측이 ‘북한에 의한 연평도 공격(attack)을 규탄한다’는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된다며 수용하지 않아 진통을 겪고 있다고 익명을 요구한 안보리 관계자가 전했다.

또 러시아 측은 성명 채택을 하지 않고 공개 회의로 전환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나,서방 측은 성명 채택이 없을 경우 공개 회의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이번 안보리 긴급회의는 의장성명 채택 실패 등 구체적 결론 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유엔의 한 외교관은 “연평도 포격으로 민간인을 살상한 북한의 행위가 긴장 고조의 원인이라는 서방 측의 시각과 한국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중·러간 견해 차가 쉽게 좁혀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며 “구체적 결론이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돼 안보리 회원국이 아닌 한국과 북한 측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그러나 한국 대표부 관계자뿐 아니라 북한 유엔 대표부 박덕훈 차석대사도 회의장 밖에서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등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회의에 앞서 이날 오전 박인국 유엔 대사는 미국과 일본 등 서방국 대사들과 잇단 양자 회의를 갖고 ‘한국군의 연평도 포격 훈련은 자국 영토 내에서 이뤄지는 지극히 정당한 행위’이며 북한이 먼저 공격적 행위를 한 데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경고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