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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래리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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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빵과 커다란 뿔테 안경으로 유명한 래리 킹(77)이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의 인터뷰를 끝으로 CNN 토크쇼 '래리 킹 라이브' 무대를 내려왔다. '마이크의 달인'(타임) '미국 TV 역사상 가장 독보적인 토크쇼 진행자'(TV가이드) 란 평을 듣던 킹의 공식적인 퇴장이다.

    CNN에서만 25년이요,1957년 첫 방송 이후 53년 동안 마이크를 잡았으니 '토크쇼의 제왕'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는 오랫동안 변두리 인생이었다. 45세에 비로소 전국 네트워크에 진출했고,본격적인 중앙무대인 CNN에 등장한 건 52세가 돼서였다.

    본명이 '로런스 하비 자이거'인 그는 1933년 미국 뉴욕에서 러시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9살 때 아버지를 잃고 생활보호대상자가 됐다. 고교 졸업 후 허드렛일을 하다 1955년 방송인의 꿈을 안고 마이애미로 갔다. 2년간 방송국 주변을 맴돌다 지역방송국 잡역부로 들어갔다.

    간절한 꿈 덕일까,얼마 뒤 결근한 아나운서 대신 마이크를 잡게 됐다. 래리 킹이란 예명은 자이거란 성을 못마땅해 하던 국장이 '킹 주류 도매상' 광고를 보고 킹은 어떠냐고 하는 바람에 얻은 것이다.

    1960년 WPLG TV '마이애미 언더커버'의 일요일 밤 토론 프로그램을 맡아 10년간 경력을 쌓았으나 71년 잘못된 계약 때문에 절도죄로 기소됐다. 무죄로 풀려났지만 방송에서 퇴출돼 자유기고가 등으로 생활하다 3년 만에 겨우 복귀했다.

    78년부터 '뮤추얼 라디오 네트워크'의 밤샘 생방송 프로그램(밤12시~오전 5시30분)을 진행하던 중 85년 단독 토크쇼인'래리 킹 라이브'를 맡았다. 스물넷에 방송에 뛰어든 지 28년 만이었다. 그리고 지난 6월 한 프로그램을 최장시간 진행한 인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그동안 인터뷰한 사람은 5만여명. 복잡한 사생활에도 불구,장수한 비결은 아는 척하지 않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짧고 단순한 질문이었다. 물리학자가 나오면 "우린 왜 학교 다닐 때 물리를 그렇게 싫어했을까요"라는 물음부터 던지는 식이었다.

    '대통령과 배관공 모두 똑같은 호기심을 갖고 대했다'는 그는 말을 잘하자면 '새로운 시각'과 '폭넓은 시야'를 지니고 침묵의 중요성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학 졸업장 없이 뛰어든 방송계에서 끈기와 집념으로 쉰 살 넘어 기회를 잡고 마침내 최고가 된 이가 전해주는 소통의 비법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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