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이리저리 떠밀려도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드보르자크의 신세계교향곡에 미소를 짖고 위안을 삼는 사람들.요즘은 아이폰에서 유튜브 동영상으로 음악을 듣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KT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2006년 11월 그룹 임직원을 대상으로 단원을 모집한 이래 지금까지 세 번의 연주회를 가졌다. 지난달 21일에는 서울 나루아트홀에서 제3회 정기연주회를 열었다. 비제의 '아를의 여인' 제2모음곡,신세계교향곡,그리고 남녀 성악가 2명을 초청한 가운데 '코스모스를 노래함' 등 가을밤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곡을 연주했다.

이제는 여유가 생길 법도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연주가 어렵게 느껴진다고 단원들은 말한다. 연주에 대한 욕심이 생겨 점점 더 어려운 곡에 도전하게 되고 음악을 듣기 위해 귀한 시간을 내준 임직원과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연주를 선사해야 한다는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이야기다.

초대권 예약 방식으로 입장객을 모집하며 입장료는 무료다. KT 임직원과 가족은 물론 일반 클래식 애호가 누구나 들을 수 있다. 건국대 새천년홀에서 2008년 열린 제2회 연주회는 초대권이 예약 4일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앞으로 매년 연주회 팸플릿 판매 수익금을 전액 사회공헌기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KT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그룹 임직원으로 구성돼 계열사 간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50~60명의 단원들은 이런 인적 네트워크가 업무 수행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업무 관련으로 그룹사에 문의할 일이 있었는데 같은 오케스트라 멤버가 언뜻 생각났어요. 바쁜 와중에도 반갑게 전화를 받고 부탁한 일도 자기 일처럼 꼼꼼히 챙겨주는데 역시 우리 식구다 싶었죠."(오기민 컨버전스WIBRO사업본부 대리 · 트럼본)

살아가면서 악기 하나 연주할 수 있는 삶의 여유를 갖게 되는 것은 대다수 직장인의 로망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현실화시키려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매일 연습시간을 내기 위해 팀원들과의 저녁약속도 줄여야 하고 어떤 이는 레슨비 마련을 위해 술과 담배를 끊기도 했다. 특히 단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감이다. 자신의 악기 소리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고 실력이 부족하면 전체 화음에 누가 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연습시간을 정확히 지키고 오케스트라 일정을 위해서는 개인 약속도 양보할 수 있는 자세는 기본이다.

정기연주회 일정이 잡히면 수개월간 매주 일요일 오후를 반납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족들의 서운함도 만만치가 않다. 그래도 남편 아내 엄마 아빠의 아름다운(?) 일탈을 눈감아주는 가족이 있어 고마울 따름이다.

"지난달 제3회 연주회를 앞두고 약 4개월간 매주 일요일마다 연습이었어요. 여름휴가도 제대로 못 가고 주말에 놀이공원 가자고 떼쓰는 아이들을 뒤로 하면서 집을 나설 때는 마음이 무거웠죠.그래도 가끔 집에서 연주를 들려주면 아내와 아이들이 아주 좋아해요. "(방재혁 강남네트워크운용단 대리 · 클라리넷)

성연수 < KT CER팀장 · KT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