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아들과 아버지, 희망 싣고 달린다
1962년 1월10일 20대의 젊은 부부 딕과 주디는 출산 예정일을 2주 넘겨 첫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출산 5분 전까지만 해도 엄마의 자궁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던 아이가 갑자기 몸을 뒤집어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면서 목이 탯줄에 감기고 만 것이다.

뇌에 산소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난 아이는 울음도 터트리지 못하고 경련을 일으켰다. 의사들조차 아이의 병명과 상태를 정확히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아버지입니다(원제:Devoted)》(황금물고기 펴냄)는 수많은 마라톤대회와 철인3종경기에 함께 참가함으로써 전 세계인들에게 용기와 감동을 준 호이트 부자(父子 · 사진)의 자전적인 얘기다. 심각한 뇌성마비 환자인 아들 릭 호이트와 아버지 딕,그들의 가족이 지난 40년간 쌓아온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다.

주변 사람들은 딕과 주디에게 의사소통도 할 수 없고 움직일 수도 없는 아이를 장애아 수용 시설(주립학교)에 보낸 후 잊으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그들은 릭을 일상적인 가족생활 안으로 보듬어안고 포기하지 않는다. 대신 아들의 총명함과 유머감각을 끊임없이 확신하며 사랑을 쏟아붓는다.

릭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휠체어를 사용하면서 부자 사이에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온다. 1977년 8㎞ 자선 달리기 대회를 앞두고 릭은 특수 컴퓨터 장비 앞에서 이렇게 자판을 두들긴다. "아빠,달리기 대회에 나가고 싶어요. 아빠와 달리고 싶어요. "

서른 일곱살의 딕과 열 다섯살의 릭은 이 대회에서 간신히 꼴찌를 면했지만 그들의 성취감과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릭의 웃음과 표정은 딕에게 새로운 삶의 열정을 불러 일으켰다. "아빠,달리고 있을 때 저는 장애인이 아닌 것 같았어요. "

아들의 휠체어를 밀면서 뛰고 아들이 탄 고무보트를 끌고 수영하는 딕은 릭과 함께 보스턴 마라톤을 24회 연속 완주했다. 최고 기록은 2시간40분47초.마라톤과 철인3종경기에 참가한 횟수만 300회에 달한다. 달리기와 자전거로 6000㎞에 이르는 미국 대륙을 횡단하기도 했다.

이 책의 초점은 우울한 한 장애인 가족의 인생 역정에 있지 않다. 오히려 삶의 의미를 제대로 음미하려는 사람들의 열정에 렌즈를 맞춘다. 시종 웃음을 잃지 않는 릭과 그의 가족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긴다.

릭은 아버지에 대해 "단지 내 팔과 다리 역할만 한 사람이 아니라 내 영감의 원천이고 내가 인생을 충분하게 살 수 있도록,다른 사람들 또한 그런 삶을 살도록 이끌어 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릭의 남동생 롭은 "삶이 제게 어떤 역경을 주든 형이 날마다 맞닥뜨리는 어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며 형에 대한 존경을 표현한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