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최대 자동차그룹인 피아트의 존 엘칸 회장이 이달 초 은밀히 한국을 다녀갔다. 내년 상반기 국내 진출을 앞두고 수입차 시장을 둘러보고 딜러 협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피아트 딜러권엔 국내 중견기업 여러 곳이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 유럽연합(EU)에 이어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까지 타결되면서 대형 제조 · 유통업체들이 수입차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시장이 매년 20% 안팎 고성장하고 있는 데다 정비 마진이 커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효성코오롱,벤츠 · BMW로 경쟁

효성그룹은 지난달 말 호남지역 렉서스 딜러인 남양모터스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메르세데스벤츠(서울 서초 · 송파,경기 분당)와 도요타(서초)에 이어 렉서스 판매권까지 확보했다. 이 회사는 연말까지 광주 · 전남 최대 규모의 정비센터를 여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효성은 벤츠를 판매하는 더클래스 효성과 도요타 · 렉서스를 파는 효성도요타 등 두 개의 수입차 판매법인을 두고 있다. 조만간 렉서스 판매를 전담하는 별도 법인을 만들기로 했다.

코오롱그룹은 유통 계열사인 코오롱글로텍을 통해 초기부터 BMW에 집중하는 전략을 써왔다. BMW가 수년간 수입차 판매 1위를 놓치지 않게 만든 일등공신이다. 1987년 서울 강남에 수입차 1호 전시장을 낸 데 이어 여의도와 분당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 11개 지역으로 전시장을 확대했다.

◆학습지 · 화장품 회사도 뛰어들어

초 · 중 · 고등학교용 학습참고서 등을 펴내는 교학사는 벤츠의 동대문지역 딜러로 사실상 선정됐다. 출판업체가 수입차 시장에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CC정보통신이 출자한 KCC모터스 역시 벤츠의 서울 목동지역 딜러가 됐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벤츠가 신규 딜러 모집 공고를 내자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이 대거 몰렸다"고 전했다.

화장품 업체인 참존은 2004년 아우디의 국내 진출과 함께 수입차 판매업을 개시했다. 생활용품 업체인 피죤은 2006년 혼다와 인천 남동지역 딜러 계약을 맺었다.

건설업계의 수입차 판매도 활발하다. 호남 건설업체인 T사는 이달 초 크라이슬러의 전북지역 딜러가 됐다. 동양고속건설도 도요타의 강남 딜러다. 영안모자는 대우자동차판매를 인수해 수입차 유통업에 뛰어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10만대 시장…정비 마진도 커

수입차 시장은 작년 6만993대에 그쳤지만,올 들어 11월까지 8만2268대로 커졌다. 내년엔 10만대에 육박할 것이란 게 수입차협회 측 예상이다.

기존 수입차 판매법인의 실적도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코오롱글로텍은 작년 매출 6519억원에 21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는데,올 상반기에만 3950억원 매출에 19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더클래스 효성의 작년 매출액은 1772억원이었으며,올해 사상 처음 20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