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조원 클럽' 가입은 다른 제약사에 1위 자리를 내줄지도 모르지만,'2조원 클럽'의 문턱은 국내 제약사 중 셀트리온이 가장 먼저 넘게 될 것입니다.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사진)은 지난 10일 인천 송도의 셀트리온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셀트리온은 2015년 바이오시밀러를 합쳐 100조원대로 추정되는 바이오의약품시장의 최대 다크호스 중 한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사는 올해 해외 헬스케어 펀드의 '러브콜' 속에 시가총액 4조원(10일 종가 기준)을 넘겨 코스닥시장의 대장주 자리를 굳히고 있다.

서 회장은 "현재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인 허셉틴(유방암),레미케이드(류머티스 관절염) 등의 바이오시밀러가 2012년부터 줄줄이 출시된다"며 "2012년을 기점으로 회사 매출은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해 4조원어치가 팔리고 있는 허셉틴의 경우 현재 1인당 환자부담액이 5000만원인데,바이오시밀러가 나오면 40~50%까지 가격이 떨어져 시장은 몇 배로 커지게 된다"며 "계획대로 제품을 출시할 경우 셀트리온의 시장 선점 효과 등을 감안하면 매출을 조 단위로 끌어올리는 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임상을 진행 중인 바이오시밀러의 시제품을 팔아 올해 매출 1800억원,영업이익 1000억원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 회장은 "선제적 투자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인허가 기준을 충족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만한 생산시설을 완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9만ℓ급의 생산설비 완공으로 셀트리온의 생산능력은 기존 5만ℓ를 합쳐 총 14만ℓ로 증가했다. '1ℓ=100도스'를 기준으로 현재 공장을 완전 가동하면 연 1400만도스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다.

그는 "바이오시밀러는 기존 제네릭(복제약)시장과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를 뿐만 아니라 진입장벽도 높다"며 "현재 시장 참가자 중에는 이 시장에 대해 착각하는 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 유럽 등의 보건당국은 바이오시밀러 인허가를 위해 임상시험 데이터와 시운전 데이터를 함께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인허가 신청자는 12배치(batch · 바이오의약품을 배양하고 정제하는 전체 공정의 단위)의 시운전을 통해 오리지널과 바이오시밀러의 생물학적 동질성을 입증해야 한다. 임상 전 혹은 임상과 동시에 대규모 설비투자가 전제돼야 한다는 게 서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시운전을 할 생산설비를 제대로 갖춘 곳은 몇 개 글로벌제약사에 불과하고,바이오시밀러업체 중에는 셀트리온이 유일하다"며 "자본력을 갖춘 후발주자라도 이런 설비를 갖추려면 최소 5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2002년 제넨텍에서 분리된 벡스젠과 업무 제휴,임상 중인 에이즈백신치료제의 생산을 맡기로 하면서 바이오시장에 뛰어들었다. 에이즈백신의 임상 실패 등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때 벡스젠에서 이전받은 기술과 과감한 시설투자는 현재 셀트리온 경쟁력의 원천이다.

서 회장은 바이오신약의 특허 만료와 함께 2012년 아시아와 동유럽,2013년 서유럽,2016년 미국시장을 순차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향후 매출목표 등 구체적인 '숫자'를 묻는 질문에는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며 언급을 피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 바이오시밀러

biosimilar.재조합 DNA 기술을 응용해 만든 바이오신약의 복제약을 말한다. 바이오 의약품 성분인 단백질은 화학약품과 달리 똑같이 복제될 수 없기 때문에 시밀러(similar)를 붙여 제네릭(복제약)과 구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