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의 가계수지가 글로벌 금융위기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은 늘었지만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 증가폭이 컸기 때문이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계층의 지난 3분기 가계수지 흑자율은 -45.4%로 지난해 3분기(-57%)보다는 개선됐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8년 3분기(-38.7%)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가계수지 흑자율은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빼고 남은 금액이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가처분소득으로 생활비를 충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1분위의 가계수지가 나빠진 것은 소득이 꾸준히 늘었지만 비소비지출이 소득 증가액보다 크게 늘면서 가처분소득이 줄었기 때문이다. 1분위의 지난 3분기 월평균 소득은 105만8000원으로 2008년 3분기(96만원)보다 10.2% 늘었다. 그러나 비소비지출은 같은 기간 12만9000원에서 24만1000원으로 86.8% 증가해 가처분소득은 83만1000원에서 81만7000원으로 1.7% 감소했다. 반면 소비지출은 115만3000원에서 118만9000원으로 늘어 1분위 가계의 월평균 적자 규모는 32만2000원에서 37만2000원으로 확대됐다.

저소득층의 지출 비중이 높은 식료품 물가가 크게 상승한 것도 1분위의 가계수지에 악영향을 미쳤다. 1분위의 3분기 엥겔계수는 21.7%로 2005년 3분기(21.9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엥겔계수는 소비지출에서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의 지출 비중을 나타내는 것으로 채소류 가격이 급등한 것이 저소득층의 식료품 지출 부담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2,3분위의 흑자율은 금융위기 전에 비해 높아졌다. 2분위의 3분기 월평균 흑자율은 2008년 2.1%에서 올해 8.7%로,3분위의 흑자율은 2008년 15.2%에서 올해 18.7%로 상승했다. 4분위와 5분위의 흑자율은 각각 21.0%와 38.4%로, 2008년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윤상하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었지만 비소비지출이 증가하고 식료품 물가가 상승한 것이 소득 증가를 체감하기 어려웠던 이유"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