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가 추가 폭로를 경고하고 나섰다. 설립자 줄리언 어샌지의 구속으로 방향타를 잃은 상황이지만,추종세력과 기존 회원들을 규합해 '사이트 존재의 목적'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8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은 지난 7일 오후 어샌지에 대한 1차 심리를 연 뒤 "도주 우려가 있다"며 그의 보석 신청을 기각했다. 어샌지는 다음 심리 기일인 오는 14일까지 보석을 재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이 유죄 가능성에 무게를 둘 경우 스웨덴 검찰에 넘겨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스웨덴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콘돔을 착용하지 않은 성관계에 대해서도 성폭행으로 포괄 해석하는 등 엄격한 성 관련 법규를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샌지는 그러나 경찰 출두 직전 호주 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안'에 보낸 기고문에서 "위키리크스는 공개될 필요가 있는 진실을 두려움 없이 공표하겠다"고 주장해 폭로전을 계속할 뜻임을 밝혔다. 폭로전이 '대를 이어' 지속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로선 크리스틴 흐라픈손 위키리크스 대변인이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꼽힌다. 그는 어샌지의 보석 신청이 기각된 직후 "이번 체포를 포함해 어떤 감시나 박해도 위키리크스의 외교문건 공개에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흐라픈손은 아이슬란드 국영방송 RUV에서 탐사보도 전문기자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어샌지 구속 이후에도 폭로가 이어졌다. 가디언은 이날 "엄격한 율법을 강조하는 사우디 일부 왕족들이 정작 자신들은 술과 마약,매춘부로 가득한 퇴폐적 파티를 몰래 즐기고 있다"는 미 외교전문 내용을 공개했다. 한 미국 외교관은 "코카인과 고농축 마약을 나눠 흡입하는 파티가 열린 적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국무부에 보고했다. 미혼 남녀의 은밀한 접촉과 음주를 금지하는 사우디는 지난해 이를 어긴 남녀에게 '채찍 700대'를 선고한 전례가 있다. 또 1년 전 영국 정부가 리비아 출신 팬암기 폭파범 바셋 알 메그라히를 석방한 것은 외교 단절과 경제교류 중단 등을 내세운 리비아의 강도 높은 압박에 굴복한 결과라는 보고 내용도 공개됐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