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부 다이소아성산업 회장 "1000원 팔아 5원 남는데 왜 물류센터 짓냐고요?"
'1000원숍'으로 유명한 다이소아성산업은 겉과 속이 다른 기업이다. 외형은 매년 40~50%씩 늘어나고 있지만,정작 이익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어서다. 지난해 매출(가맹점 131개를 제외한 직영점 기준)은 2681억원으로 1년 전(1838억원)에 비해 46%나 늘었지만,영업이익은 37억원에서 42억원으로 5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순이익은 16억원으로,순이익률 0.5%를 기록했다. 1000원짜리 머그잔 하나를 팔면 5원을 남기는 셈이다.

대한상공회의소 · 한국유통학회 ·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오는 16일 열리는 '2010 한국 유통인의 밤' 행사에서 '유통명인상'을 받는 박정부 다이소아성산업 회장(66 · 사진).여느 기업이라면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씀씀이를 줄이고 판매가를 올리는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상황이지만,박 회장은 정반대의 길을 걷기로 했다.

박 회장은 "판매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1000억여원을 들여 내년 초 최첨단 물류센터를 짓기로 했다"며 "최근 몇 년 사이 점포 수가 급격히 늘면서 기흥IC 인근에 있는 기존 물류센터가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8일 밝혔다. 그는 "지인은 물론 집사람까지 '1000원짜리 팔아서 언제 투자비를 건지겠느냐'며 말렸지만 다이소의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물류센터는 경기도 용인의 한화리조트 인근 6만㎡(약 1만8000평) 부지에 연면적 10만㎡(약 3만평) 규모로 들어선다. 기존 물류센터보다 세 배가량 큰 규모다. 건축 및 설비 도입에만 800억원가량을 투입,최첨단 물류센터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투자비는 모기업인 한웰 등의 자금을 동원해 마련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용인시에서 연내 인 · 허가를 해주면 내년 초 공사에 들어가 2012년 상반기에 완공할 계획"이라며 "새 물류센터가 가동되면 점포 수가 현재의 2~3배로 늘어도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박 회장 측에서 66%,일본 다이소 측이 34% 지분을 갖고 있는 다이소의 국내 매장은 585개(가맹점 131개 포함)이며,2015년까지 1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가맹점을 포함해 3300억원 안팎이던 매출은 올해 4500억원에 이어 2014년께 1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박 회장은 "다이소의 수익 창출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판매가격을 올리거나 4000여명에 달하는 직원 수를 줄일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1000원숍'이라는 다이소만의 차별화된 이미지가 무너지는 순간 고객이 떠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다이소에는 유리컵 머그잔 고무장갑 플라스틱용기 등 1000원짜리가 2만여종에 달하는 전체 제품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화장품 와이셔츠 등 가장 비싼 제품도 5000원을 넘지 않는다.

박 회장은 "대량 구매를 통한 '매입단가 낮추기'와 해외 소싱을 통해 각종 비용 상승분을 떠안고 있다"며 "전체 제품의 절반 이상을 1000원짜리로 가져간다는 전략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는 점포를 330㎡(100평)가 넘는 넓은 공간에 직영점 위주로 낼 계획"이라며 "중국 미국 등 해외에 다이소가 아닌 별도 브랜드로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