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결과에 대해 "경제와 철저한 안보 측면에서 (미국과의 FTA는) 그 가치가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도 "한 · 미 관계에서 적정한 우호 관계가 강화되는 것이 관세를 몇 년 더 내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 · 미 FTA를 전체적으로 평가해야지 이번 (재협상 결과)만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며 야당의 '굴욕 협상' 비판을 일축했다.

이 대통령은 '자동차 분야에서 우리가 손해를 봤다'는 지적에 대해 "자동차는 한국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협상이었다"며 "미국의 자동차 부품 시장이 열릴 것이고 그 이익은 중소기업에 상당부분 돌아갈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올해 우리가 95만여대를 미국에 수출하고 미국 자동차는 7000여대가 수입될 전망"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수출만 하겠다고 하면 미국 자동차 업계와 정부기관 등이 힘을 합쳐 한국 자동차를 견제할 수 있고 그러면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기준 무역의존도가 82.4%로 수출을 못하면 존재할 수 없다"며 "이것을 생각하면 우리가 살 길은 수출이고 수출을 하려면 FTA를 통하는 것이 최고"라고 설명했다. 이어 "FTA가 체결되면 (세계에서) 한국의 지지도가 높아진다"며 "분단된 나라에서 세계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FTA는 경제로 이뤄졌지만 가치는 몇 배 더 있다"며 "실제로 유럽연합(EU)은 북한 도발 시 가장 강경한 비난 성명을 발표했고 인도도 종전의 (중립적) 관계와 달리 북한의 도발에 대한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번 협상이 나쁜 선례가 됐다면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추가 협상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자동차 관세 철폐 시한 연장으로 국내 업계의 피해가 약 6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지적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계속 내야 한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 같다"며 "적정한 한 · 미 우호관계가 관세를 몇 년 더 내는 것보다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초 대규모 리콜 사태로 미국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예를 들었다. 김 본부장은 "우리 자동차가 미국시장에서 워낙 잘나가고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외견상 자동차 분야에서 양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길게 보면 미국 시장에서 한국 차의 선호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얘기다. 또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재협상 시기가 겹친 데 대해 "철저히 경제적 계산 위에서 협상했다"며 "상대편(미국)에서 연평도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고 나도 그것 때문에 기가 죽은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협정문 수정 불가 원칙을 번복한 데 대해서는 "미국의 입장을 봤을 때 여기에 돌파구가 없으면 FTA 발효가 계속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홍영식/주용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