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제개편안에는 들어가 있지도 않은데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부각된 소득세 감세 문제는 결국 '표결'처리로 결론났다. 6일 밤 늦게까지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2012년부터 시행키로 한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를 올해 철회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치열하게 맞붙었다. 야당은 최고세율 인하(소득과표 기준 8800만원 초과분 세율을 35%에서 33%로 낮추는 것)를 없었던 일로 하자고 주장했고,여당은 조세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예정대로 가자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여당은 '소득세 과표기준 1억원 이상의 최고구간을 신설해 35%의 높은 세율을 적용하자'는 것을 타협안으로 밀어붙이기로 했다. 야당 일부도 여기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면서 7일 열리는 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이 안을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현재 △1200만원 이하 △1200만원 초과~4600만원 이하 △46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 △8800만원 초과 등 4단계로 구분된 과표 구간에 35%의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표를 하나 더 만들자는 것이다.


◆최고구간 신설 유력

현재 재정위 소속 의원은 26명이다. 이 가운데 한나라당이 15명,민주당 등 야당이 11명이다. 여당 의원 대부분이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구간 신설'에 찬성표를 던지고 야당 일부도 이에 동조할 경우 여당의 절충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기존 8800만원 초과~1억원 이하 구간에 대해서는 35%로 매기던 세율이 2012년부터 33%로 2%포인트 낮아지게 된다. 1억원 초과 소득분에 대한 세율은 35%를 적용받는다.

조세소위 소속인 유일호 한나라당 의원은 "야당 일각에서는 소득세 감세 철회를 양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 여전히 강하다"며 "7일 재정위 전체회의에서는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구간 신설 여부를 놓고 표결에 부칠 가능성이 높지만 야당 일부 의원들이 소득세 감세 철회의 뜻을 굽히지 않을 경우 원론부터 다시 논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고용창출세액공제 부분 도입

조세소위는 또 이날 회의에서 기업의 고용 증대를 유도하기 위해 설비투자액의 1% 범위 내에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를 인정해주기로 했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는 정부가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를 전제로 내놓은 대안이다.

내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수도권과밀억제권역 밖에 있는 지역에 투자하면 고용 증가 1명당 1000만원(청년은 1500만원)씩 계산해 설비투자액의 7%까지 세액공제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여야가 이번에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연장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중복 공제 성격이 강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율을 설비투자액의 1% 범위 내로 줄여 적용키로 했다.

여야는 앞서 지난 5일 수도권과밀억제권역 이외의 지역에 대한 설비투자에 대해 대기업은 4%,중소기업은 5%의 공제율을 각각 적용하는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내년 1년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내년 지방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중소기업이 6%(임시투자세액공제 5%+고용창출세액공제 1%),대기업은 5%(임시투자세액공제 4%+고용창출세액공제 1%)까지 늘어나게 됐다. 현재 임시투자세액공제율 7%에 비하면 내년 공제율은 소폭 낮아진 수준이다.

◆이익집단 로비 대상 법안 줄줄이 무산

이익집단들이 국회를 상대로 로비했던 관련 법안들은 줄줄이 무산되거나 연기됐다. 변호사 회계사 등 고소득자에 대한 세무검증제도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국회에 제출한 세제개편안을 통해 고소득자의 세금 탈루를 막기 위해 내년부터 이들을 대상으로 세무검증제도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변호사와 회계사 단체 등 이익집단의 반발로 내년에 다시 논의하는 쪽으로 방향이 틀어졌다.

미술품 양도세 부과도 2년 유예하기로 했다. 당초 6000만원 이상의 고가 미술품(작고한 작자의 작품) 거래 시 양도소득세(20%)를 물리기로 했으나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미술계 요구를 받아들여 시행 시기를 늦췄다.

지방 소재 골프장(회원제골프장 제외)에 대해 개별소비세 면제 혜택을 연장하기로 했던 법안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수도권 골프장의 주장에 눌려 결국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정종태/박신영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