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문학포럼서 아오야마 신지와 대담

일본 기타큐슈에서 열리는 제2회 일ㆍ중ㆍ한 동아시아문학포럼 참가 작가 중에는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 겸 영화감독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이창동(56)과 일본의 아오야마 신지(46)가 그들이다.

두 사람이 4일 밤 기타큐슈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인 쇼와관(昭和館)에서 만났다.

대표작 '시'와 '유레카' 상영에 이어 마련된 대담에서 이들은 문학과 영화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대담은 기타큐슈 출신이기도 한 아오야마 신지 감독이 묻고 이창동 감독이 답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270석의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은 영화가 끝나고서도 자리를 뜨지 않고 귀를 기울였다.

소설가 출신인 이 감독의 영화는 문학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오야마 신지 감독도 이 감독의 작품에 대해 "소설가가 만든 영화라는 느낌을 받는다. 영화 장르를 답습하지 않고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한 영화로 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내 영화가 문학적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그 말이 꼭 좋은 의미는 아니란 걸 알지만, 나 자신은 그 말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영화가 우리의 삶이나 세상에 대해서 질문할 수 있어야 된다고 믿어요. 하지만 요즘 그런 영화는 보기 어려워졌죠. 우리가 아는 예술 중에 그래도 문학이 가장 우리의 삶이나 세상에 대해 질문을 하는 매체입니다. 제 영화가 문학을 닮을 수 있다면, 질문할 수 있는 문학의 본질을 닮을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이 감독의 최근작은 시를 소재로 한 영화 '시'다.

소설가였던 그가 시를 주제로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이 작품은 시를 쓰고 읽는 장면을 스쳐 지나지 않고 비중 있게 다룬다.

이 감독은 "시 강의와 낭송 같은 장면이 너무 길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영화적인 것보다는 관객들에게 직접 시 강의를 들려주고 시를 낭송해주고 싶었다"고 "요즘 사람들이 시를 너무 읽지 않으니까, 영화로라도 보여주고 싶다는 내 진심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1993년 박광수 감독의 영화 '그 섬에 가고 싶다'에 조감독이자 각본가로 참여하며 영화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그는 소설을 쓰다 영화감독으로 변신하게 된 계기에 대해 "나이 40이 가까워지면서 작가로서도, 한 인간으로서 뭔가 잘못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신에게 벌을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써달라는 제의를 받았는데 조감독이 굉장히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란 걸 알았기 때문에 스스로 기합을 주기에 적절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감독이 되고자 조감독을 했다면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을 텐데, 저한테 기합을 주기 위해 시작했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했어요. 거기에 사람들이 감동을 받아서 나를 감독으로 만들고자 했고, 떠밀리듯 감독이 됐죠. 이런 걸 보면 인생의 아이러니를 느껴요."

1983년 등단한 소설가 출신인 이창동 감독은 1997년 '초록물고기'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이후 '오아시스'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받았으며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 '밀양', 각본상 수상작 '시' 등을 연출하며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올랐다.

아오야마 신지 역시 2000년 칸영화제 국제비평가연맹상을 받은 '유레카' 등으로 잘 알려진 영화감독이다.

그는 자신의 영화를 직접 소설화한 '유레카'로 작가로 데뷔했으며 '새드 베케이션' 등의 소설과 영화를 동시에 작업했다.

(기타큐슈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