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삼성'을 강조해온 이건희 삼성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42)과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40)를 경영 전면에 내세웠다. 두 자녀를 동시에 사장으로 승진시킴으로써 3세 경영체제를 조기 가동하기 시작했다. 올해 68세인 이 회장 자신이 경영 일선을 지키면서 그 우산 아래에서 체계적인 경영승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삼성의 3세 경영 구도 연착륙에 스스로 '조정역'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 사장단 인사를 계기로 앞으로 재용 · 부진 남매가 경영을 맡게 될 계열사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조만간 있을 부사장 승진 인사에서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37)도 부사장으로 승진해 경영활동의 폭을 넓혀갈 것으로 알려졌다.
[2011 삼성의 선택] 이재용 '전자'…이부진 '호텔·에버랜드·상사' 3세 책임경영
◆이재용 사장,신사업 기반구축에 무게

신임 이재용 사장의 승진 후 보직은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지금과 변함이 없다. COO는 최고경영자(CEO)를 보좌하면서 경영 전반에 관여하는 만큼 회사 경영을 폭넓게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자리다.

경영참여의 폭은 앞으로 더 넓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이 신임 사장은 전략사업의 경쟁우위를 더욱 강화하고 미래 신사업 기반을 구축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삼성전자를 이끌어갈 CEO가 되기 위한 경영수업과 함께 신사업 기반구축을 통해 경영능력을 검증받는 두 가지 미션이 동시에 주어졌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에 있던 신사업추진단이 그룹으로 넘어갔지만 삼성의 신성장동력 창출에 이 신임 사장이 깊이 관여할 것으로 전망되는 대목이다.

그는 또 매출 150조원에 이르는 거대 기업 삼성전자를 이끌기 위해 글로벌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역할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 사장은 당분간 그룹업무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룹 주요 의사결정의 중심에는 여전히 이 회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내부적으로는 전자 외에도 삼성생명삼성증권 등 금융 계열사 경영에도 상당 부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와 금융을 이 사장이 관할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부진 사장의 거침없는 영토확장

올해 삼성 사장단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의 승진이다. 전무에서 사장으로 두 단계 뛰어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삼성 내에서는 '파격은 없다'는 보수적 인사스타일이 완전히 깨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 사장의 파격 승진은 이 회장의 전폭적인 신뢰와 사업성과가 반영됐다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 이 사장은 전무 재직 시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 경영개혁을 통해 수익성을 크게 개선시켰다. 또 롯데와 치열한 경쟁 끝에 호텔신라 면세점에 루이비통을 입점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은 "호텔신라의 미래전략을 세우고 실적을 개선한 성과가 인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호텔신라 대표이사,에버랜드 사장뿐 아니라 삼성물산 상사 부문 고문이라는 직책도 겸하게 됐다. 경영 관장 영역이 당초 호텔신라에서 작년 에버랜드에 이어 올해 삼성물산까지 넓어졌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면세점 사업과 물산 상사부문 내 글로벌 유통의 시너지효과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보다는 미래 삼성물산 상사 부문이 이부진 사장 계열로 편입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사장은 또 삼성석유화학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는 다음 주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무는 제일모직,제일기획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향후 일부 비(非) 전자,비(非) 금융 계열사 일부를 추가로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