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문건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부무의 외교전문에서 북한 관련 내용이 속속 나오고 있다. 북 · 중 관계의 심각한 '균열'을 암시하는 내용이 추가로 드러났으며,북한의 화폐개혁은 권력 승계 준비용이었다는 주장도 담겨 있다. 중국이 지난해 4월 미국에 6자회담 대신에 북 · 미 · 중 3자회담을 제안한 사실도 밝혀졌다. "중국이 북한을 버릴 준비가 돼 있다"는 우리 정부 당국자의 희망 섞인 분석과는 달리 중국이 여전히 북한을 감싸고돌았음을 보여준 것이다.

◆북 · 중 관계에 '균열'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미 대사관은 지난해 12월15일 북한의 정통한 소식통을 만나 파악한 북한 정세를 본국에 보고했다. 이 전문에는 '혈맹'으로 표현되는 북 · 중 관계에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소식통은 북한에서는 중국이 북한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전했다. 공개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지만 중국이 북한을 147개 관광추천국이나 137개 투자추천국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 등에 대해 내심 불만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북 화폐개혁은 권력 승계용

미 국무부 외교전문에 따르면 북한 소식통은 화폐개혁을 단행한 가장 중요한 이유가 정치적 반대 세력을 색출하기 위한 것으로,특히 후계자 김정은에 반대하는 내부 세력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화폐개혁을 원했기 때문에 이에 반대하는 세력은 자연스럽게 김정은 후계체제를 반대하는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화폐개혁을 지지했으며 작년 2차 핵실험도 후계승계 계획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진단했다.

◆中,북 · 미 · 중 3자회담 제의

중국은 2009년 4월 미국에 북 · 미 · 중 3자회담 제안을 비밀리에 전달했다. 이는 남한과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참여하는 6자회담을 대체하는 새로운 대화 체제를 의미한다. 하지만 북한이 핵 프로그램 폐기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의 제안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 현지의 한인 운영 회사인 '윤 네트웍스(Yoon Network)'가 이란에 미사일 관련 물자(탄소섬유)를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미 정부가 포착,이를 차단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협력을 시도한 정황도 미 국무부 외교전문에서 드러났다.

◆"김정일 등골 오싹할 것"

"한국의 주도 아래 한반도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는 중국 외교차관의 발언이 미 국무부 외교전문에 공개된 것과 관련,영국 일간 가디언은 해설기사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등골이 오싹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외교 차관은 북한에 대해 "미사일 실험을 통해 미국의 관심을 받고자 하는 응석받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中, 사이트 접속 차단

우리 정부는 1일 위키리크스 파문과 관련,"국가 안보에 위해될 만한 사항은 일단 없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미 본국에 보고된 한반도 관련 외교전문 2000여건을 넘겨받아 면밀한 검토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도 이날 위키리크스 웹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위키리크스 홈페이지의 접속을 시도하면 '연결을 다시 합니다'라는 알림이 뜨거나 중국의 대표적 검색 엔진사이트인 바이두(百度)로 연결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