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의 현장속으로] 명화금속 '쇠 뚫는 나사' 생산성 日의 10배로 높여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진 이달 초순.경기도 시화공단에 있는 명화금속의 임정환 회장(74)은 여전히 작업복 차림으로 공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올해로 작업복을 입은 지 60년이다. 고향인 충남 홍성에서 초등학교 졸업 후 상경해 영등포 당산동 금속공장에서 선반작업을 시작한 게 14세 때부터.남들이 중학교 다닐 나이에 새벽에 찬밥을 물에 말아 먹고 출근했다. 가난한 시골 출신 장남이어서 어린 동생 6명을 뒷바라지해야 했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지금 임 회장은 명화금속을 세계 최대 직결나사(self drilling screw) 업체로 성장시킨 데 이어 최근엔 일본보다 생산성이 10배나 높은 직결나사 가공기계도 개발했다. 시간당 6만개의 직결나사를 생산하는 자동화설비다. 나사는 와이어를 적당한 길이로 자른 뒤 크게 3가지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다. 머리와 몸통 · 끝부분을 가공한다. 이 중 몸통은 나사산,끝부분은 포인팅 작업이라고 한다.

임 회장은 "국제무대에서 경쟁하는 일본이나 대만 업체들도 이들 작업은 각각의 기계를 통해 수행하지만 우리가 개발한 기계는 기계 한 대로 모든 공정을 끝낸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머리를 만드는 작업도 외국 기계는 두 번의 해머 작업을 해야 하지만 우리는 단 한 번으로 마무리해 생산성이 10배가량 높다"고 덧붙였다.

직결나사는 H빔을 뚫고 들어가는 나사다. 소재인 와이어가 고급 탄소강인 데다 끝부분을 열처리해 무척 강하다. 쇳밥이 잘 빠져 나올 수 있도록 나선형으로 홈이 파여 있다. 이 직결나사 역시 임 회장이 독창적으로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임 회장은 "이 직결나사 덕분에 H빔에 패널을 씌워 공장 건물을 짓는 공정이 40%가량 단축됐다"며 "건설현장에서는 이를 작은 혁명이라고 부를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임 회장은 나사와 나사기계를 직접 개발해 약 200건의 지식재산권을 획득했다.

그는 내년 중 당진으로 공장을 확장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 시화공장과 중국 단둥공장을 합쳐 직결나사 생산능력이 연 75억개에 달하지만 당진 공장이 완공되면 공장 설비를 전자동 일체형 기계로 바꿔 연산능력이 33%가량 늘어난 100억개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할 때나 잠잘 때나 유일한 취미인 낚시를 할 때도 오로지 나사만을 생각한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종이에 메모한 뒤 수첩에 옮겨 적는다. 이같이 메모한 수첩과 다이어리 대학노트가 회장실 한 쪽 벽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임 회장이 1961년 창업한 명화금속은 약 180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으며 연매출은 350억원 선이다.

김낙훈 중기전문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