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Trend] Best Practice‥아프리카·호주 고객도 일본에서 '실시간 AS'…'엔카쿠'의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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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어라운드 성공한 후지제록스
3D장비 통해 '원격 수리'
고객 만족도 크게 높여
3D장비 통해 '원격 수리'
고객 만족도 크게 높여
일본 요코하마시 미나토미라이 21지구에 있는 후지제록스 연구개발(R&D)센터.600억엔(8000억원)을 들여 지난 4월 문을 연 이 센터는 '엔카쿠(遠隔 · 원격)'방식의 사후서비스(AS) 시스템을 개발하고 신제품을 시연하는 등 품질경영을 선도하는 곳이다.
최근 한국 언론에 처음 공개된 21층 규모의 빌딩 내부 각 연구실에선 복사기와 팩시밀리 등 신제품에 대한 토론 등으로 분주했다. 호리키리 가즈노리 연구원은 "최근 3차원(3D) 기반의 체감형 원격 AS 도입을 위한 기술 개발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며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의 고장난 후지제록스 제품을 원격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수리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올 회계연도 2분기(7~9월) 매출은 2456억엔.리먼브러더스 사태 직전이었던 2008년 2분기의 2984억엔에 근접했다. 상반기엔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한 4810억엔의 매출과 104.2% 증가한 444억엔의 순익을 올렸다.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모노즈쿠리(物作り) 기술력을 서비스 부문으로 확대한 결과,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친환경제품 개발도 실적 호전에 기여했다.
◆서비스에 기술을 입히다
미나토미라이 지구 후지제록스 R&D 센터의 핵심 부서 엔카쿠실.일명 'DDI(digital design improvement)'룸으로 불리는 이 연구실 안에 들어서자 '삐삐' 소리와 함께 304㎝(120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이 켜지며 연구실에서 수십㎞ 떨어진 가나가와(神奈川)현의 후지제록스 협력업체 사무실을 비췄다. 잠시 후 연구원이 스크린에 손을 대자 커다란 안경을 쓴 직원과 함께 복사기 한 대가 화면에 나타났다.
5㎝ 크기의 초소형 카메라와 인공지능 감지센서가 부착된 3D 고글을 쓴 업체 직원은 복사기의 결함에 대해 설명했다. 직원의 시선과 움직임에 따라 고글에 잡힌 화면은 그대로 연구실에 전달됐다. 모니터를 보던 연구원은 직원에게 본체 뚜껑을 열도록 한 뒤,기계 내부에 종이가 걸려 있고 온도감지센서의 문제로 전원 공급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
연구원은 직원의 손을 빌려 종이를 제거한 뒤 온도감지센서를 완전히 제거했다. 상황은 5분 만에 종료됐지만,직원은 같은 문제가 생겼을 때 서비스 센터에 알리지 않고도 처리하는 법을 알게 됐다.
오니시 야스아키 엔카쿠실 연구원은 "엔카쿠 시스템은 일본 동종 업체들이 아직까지 도입하지 않은 서비스 체계"라며 "먼 곳에 있는 응급환자를 대형병원 전문의가 원격 제어장치를 통해 응급수술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비사가 3D 장비를 통해 고객과 직접 접촉해 고장의 원인을 빠른 시간에 알아내 수리할 수 있다"며 "고장으로 인한 업무 지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후지제록스는 엔카쿠 서비스의 신속함과 효율성을 활용,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실제가 아닌 3D 설계도면(CAD) 데이터를 통해 제품의 실제 모형을 작성하지 않고도 사전에 설계 품질을 검증할 수 있다는 것.내년께 해외 지점에까지 이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친환경이 살 길"
후지제록스는 지난해 통합자원재활용 시스템을 가동했다. 최근 태국에 재활용 센터를 세우고 한국 등 아시아 · 태평양 지역 내 9개 국가에서 수명이 다한 복사기와 카트리지를 수거,완전히 해체하고 분해한 뒤 재활용한다. 이 과정을 통해 2만8100t의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줄이고 연간 약 3500t의 자원을 절약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처럼 통합자원재활용 시스템이 안착한 이유는 후지제록스의 제품 제조 과정에서 재활용 부품 사용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후지제록스는 신제품 제조 과정에서 2005년 1만1000개 △2007년 1만7000개 △2009년 2만5000개 등 갈수록 많은 재활용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새로운 부품 사용을 최소화하고 재활용 제품을 적극 사용함으로써 친환경 제품 제작에 나선 것이다.
지난 1월에는 중국 쑤저우(蘇州) 산업단지에 재활용을 위한 공장을 신설,중국 내 후지제록스를 취급하는 곳과 통합재활용 시스템을 적용했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제품들은 일본에서 최고 44개,아 · 태지역에서는 최고 74개 부품군(群)으로 분리된다. 분리된 부품들은 재활용 가능한 물질과 재료로 철저히 분해되고,재활용하기 어려운 금속과 고무 유리 등은 원재료 형태로 처리된다. 이 결과 일본 내에서 99.8%의 재활용률을,아 · 태지역에서는 99.3%의 높은 재활용률을 각각 기록했다.
또 최근 옥수수 소재의 바이오매스 플라스틱(biomass plastic)을 사용한 친환경 복사기 등을 선보였다.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은 옥수수 성분이 전체 플라스틱 중량의 30% 이상 함유된 친환경 플라스틱으로,제품의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존 플라스틱(ABS 수지) 대비 20%가량 줄였다는 게 후지제록스 측 설명이다. 이와 함께 발광다이오드(LED) 스캔 기술을 적용,전력 소비를 기존 모델 대비 70%까지 줄인 복사기도 출시했다. 후지제록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의 일환으로 12개 아태지역 지사들과 함께 지구 온난화 방지와 자원보전을 위한 친환경 경영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간다는 방침이다.
고니시 요시유키 아태지역 홍보부장은 "후지제록스뿐 아니라 모든 기업은 제한된 자원을 지속적으로 사용해 '자원의 순환'을 이행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코하마(일본)=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
최근 한국 언론에 처음 공개된 21층 규모의 빌딩 내부 각 연구실에선 복사기와 팩시밀리 등 신제품에 대한 토론 등으로 분주했다. 호리키리 가즈노리 연구원은 "최근 3차원(3D) 기반의 체감형 원격 AS 도입을 위한 기술 개발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며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의 고장난 후지제록스 제품을 원격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수리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올 회계연도 2분기(7~9월) 매출은 2456억엔.리먼브러더스 사태 직전이었던 2008년 2분기의 2984억엔에 근접했다. 상반기엔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한 4810억엔의 매출과 104.2% 증가한 444억엔의 순익을 올렸다.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모노즈쿠리(物作り) 기술력을 서비스 부문으로 확대한 결과,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친환경제품 개발도 실적 호전에 기여했다.
◆서비스에 기술을 입히다
미나토미라이 지구 후지제록스 R&D 센터의 핵심 부서 엔카쿠실.일명 'DDI(digital design improvement)'룸으로 불리는 이 연구실 안에 들어서자 '삐삐' 소리와 함께 304㎝(120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이 켜지며 연구실에서 수십㎞ 떨어진 가나가와(神奈川)현의 후지제록스 협력업체 사무실을 비췄다. 잠시 후 연구원이 스크린에 손을 대자 커다란 안경을 쓴 직원과 함께 복사기 한 대가 화면에 나타났다.
5㎝ 크기의 초소형 카메라와 인공지능 감지센서가 부착된 3D 고글을 쓴 업체 직원은 복사기의 결함에 대해 설명했다. 직원의 시선과 움직임에 따라 고글에 잡힌 화면은 그대로 연구실에 전달됐다. 모니터를 보던 연구원은 직원에게 본체 뚜껑을 열도록 한 뒤,기계 내부에 종이가 걸려 있고 온도감지센서의 문제로 전원 공급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
연구원은 직원의 손을 빌려 종이를 제거한 뒤 온도감지센서를 완전히 제거했다. 상황은 5분 만에 종료됐지만,직원은 같은 문제가 생겼을 때 서비스 센터에 알리지 않고도 처리하는 법을 알게 됐다.
오니시 야스아키 엔카쿠실 연구원은 "엔카쿠 시스템은 일본 동종 업체들이 아직까지 도입하지 않은 서비스 체계"라며 "먼 곳에 있는 응급환자를 대형병원 전문의가 원격 제어장치를 통해 응급수술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비사가 3D 장비를 통해 고객과 직접 접촉해 고장의 원인을 빠른 시간에 알아내 수리할 수 있다"며 "고장으로 인한 업무 지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후지제록스는 엔카쿠 서비스의 신속함과 효율성을 활용,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실제가 아닌 3D 설계도면(CAD) 데이터를 통해 제품의 실제 모형을 작성하지 않고도 사전에 설계 품질을 검증할 수 있다는 것.내년께 해외 지점에까지 이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친환경이 살 길"
후지제록스는 지난해 통합자원재활용 시스템을 가동했다. 최근 태국에 재활용 센터를 세우고 한국 등 아시아 · 태평양 지역 내 9개 국가에서 수명이 다한 복사기와 카트리지를 수거,완전히 해체하고 분해한 뒤 재활용한다. 이 과정을 통해 2만8100t의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줄이고 연간 약 3500t의 자원을 절약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처럼 통합자원재활용 시스템이 안착한 이유는 후지제록스의 제품 제조 과정에서 재활용 부품 사용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후지제록스는 신제품 제조 과정에서 2005년 1만1000개 △2007년 1만7000개 △2009년 2만5000개 등 갈수록 많은 재활용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새로운 부품 사용을 최소화하고 재활용 제품을 적극 사용함으로써 친환경 제품 제작에 나선 것이다.
지난 1월에는 중국 쑤저우(蘇州) 산업단지에 재활용을 위한 공장을 신설,중국 내 후지제록스를 취급하는 곳과 통합재활용 시스템을 적용했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제품들은 일본에서 최고 44개,아 · 태지역에서는 최고 74개 부품군(群)으로 분리된다. 분리된 부품들은 재활용 가능한 물질과 재료로 철저히 분해되고,재활용하기 어려운 금속과 고무 유리 등은 원재료 형태로 처리된다. 이 결과 일본 내에서 99.8%의 재활용률을,아 · 태지역에서는 99.3%의 높은 재활용률을 각각 기록했다.
또 최근 옥수수 소재의 바이오매스 플라스틱(biomass plastic)을 사용한 친환경 복사기 등을 선보였다.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은 옥수수 성분이 전체 플라스틱 중량의 30% 이상 함유된 친환경 플라스틱으로,제품의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존 플라스틱(ABS 수지) 대비 20%가량 줄였다는 게 후지제록스 측 설명이다. 이와 함께 발광다이오드(LED) 스캔 기술을 적용,전력 소비를 기존 모델 대비 70%까지 줄인 복사기도 출시했다. 후지제록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의 일환으로 12개 아태지역 지사들과 함께 지구 온난화 방지와 자원보전을 위한 친환경 경영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간다는 방침이다.
고니시 요시유키 아태지역 홍보부장은 "후지제록스뿐 아니라 모든 기업은 제한된 자원을 지속적으로 사용해 '자원의 순환'을 이행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코하마(일본)=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