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해외 인수 · 합병(크로스보더 M&A)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경영을 위해 해외업체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크로스보더 M&A에서 가치 창출의 과실을 얻기란 쉽지 않다. 많은 경우 국가 간 정치 · 규제 · 문화적 차이로 합병 후 통합(PMI) 과정에서 시행 착오가 발생하며,이는 합병의 장기적 가치를 감소시킬 수 있다.

인수대상 업체에 대한 정보 획득 문제는 크로스보더 M&A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자주 간과되는 문제다. BCG가 30개 신흥 개도국에서 M&A를 진행한 기업 임원과 인터뷰를 한 결과,대상 업체에 대해 신뢰할 만한 정보 부족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혔다. 이 경우 인수회사는 피인수 회사에 대해 잘못된 경영 판단을 내리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따라서 크로스보더 M&A에서는 업체에 대한 정보 수집 및 실사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인수 비용을 줄이는 길이다.

둘째,정치 및 규제 이슈는 크로스보더 M&A의 효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개도국은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미성숙한 정치 이슈에 노출돼 있는 경우가 많으며,유럽 국가는 상대적으로 엄격한 환경 규제 및 고용 법규를 적용한다. 이런 차이는 합병의 시작 단계에서부터 평가돼야 한다. 피 인수업체가 속한 국가의 규제 승인 프로세스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고용법의 특징은 어떠하며,얼마나 엄격하게 적용되는가. 성공적인 크로스보더 PMI를 위해서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 선결조건이다.

셋째,크로스보더 M&A의 적절한 속도와 타이밍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합의 속도는 인수 철학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경제의 규모를 위한 합병이라면 빠른 통합이 필요하지만,해외 진출을 위한 인수라면 점진적인 통합이 효과적이다. 전략적 로직,통합의 취지,통합 범위를 다각적으로 고려한 통합 철학 아래 조직 내 부서별로 속도에 차이를 두어 점진적으로 통합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크로스보더 M&A에서는 국가 · 기업 간 문화 차이가 혼합돼 해결해야 할 이슈가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웹 기반의 금융서비스 기업이라면 수직적 위계구조를 갖춘 전통적 소매은행과 비교시 리스크 관리 방식 및 의사 결정에 대한 태도가 크게 다르다. 이들 사이에 크로스보더 M&A가 진행된다면 지역 간 문화 차이에 의한 의사 결정 상의 역학 관계,미팅 방식,대화 방식에서 오는 차이점이 더해져 해결해야 할 과제가 증폭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수업체는 임직원 설문 등의 다양한 수단을 통해 양사 간 문화적 차이를 진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크로스보더 M&A에서는 인수회사에 대한 낮은 이해 및 이질감으로 발생하는 피인수 회사 직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최근 한 글로벌 에너지 기업은 '평등한 합병'이란 철학을 채택했음에도 피인수 기업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부족으로 전 임원 사임이란 근거 없는 루머에 시달린 적이 있다.

크로스보더 PMI에서는 프로세스 상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더 증대된다. M&A 진행 초기 단계부터 크로스보더 PMI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슈들을 미리 인지하고,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 방향을 염두에 두고 진행한다면 성공적인 M&A의 과실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윤병석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사무소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