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단 = 한국 태권도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으로 나흘간의 경기 일정을 모두 끝냈다.

한국은 20일 오후 중국 광저우 광둥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태권도 마지막 경기에서 남자 54㎏급의 김성호(용인대)와 여자 73㎏초과급의 오정아(인천시청)가 정상 문턱에서 주저앉아 각각 은메달 하나씩을 보태는데 그쳤다.

한국은 이번 대회 총 16체급 중 12체급(남녀 6체급)에 선수를 파견해 금메달 8개를 목표로 했다.

하지만 금메달을 딴 것은 한국은 여자 57㎏급에서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이성혜(26)를 비롯해 남자 87㎏초과급의 허준녕(이상 삼성에스원), 여자 62㎏급 노은실(경희대), 남자 63㎏급 이대훈(한성고) 등 네 명뿐이다.

남은 선수들은 은메달 4개와 동메달 4개를 보탰다.

첫날 남자 74㎏급의 장경훈(수성구청)과 여자 46㎏급의 황미나(동아대)는 첫 판에서 탈락했다.

◇남자는 이란, 여자는 중국에 1위 내줘..역대 처음

태권도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86년 서울 대회다.

한국은 남자부 8체급 경기만 열린 당시 대회에서는 7개의 금메달을 쓸어담았고,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때는 출전한 4체급 모두 정상에 올랐다.

여자부 경기가 시작된 1998년 방콕 대회에서는 남녀 각각 8체급 중 6체급씩만 출전해 남자는 금 6개를 싹쓸이했고, 여자도 금5, 은1개를 땄다.

2002년 부산 대회에서도 남자(금6, 은2), 여자(금6, 은1, 동1) 모두 정상을 지켰고, 2006년 도하 대회 때 역시 남자(금5, 은1), 여자(금4, 동1) 모두 금빛 레이스를 이어가면서 전체 한국 선수단의 종합 2위 지키기에 큰 힘을 보탰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중국(금4, 은2, 동4)과 이란(금3, 은2, 동4)을 제치고 힘겹게 6회 연속 종합 우승은 이뤄냈다.

하지만 남자(금2 은3)는 이란(금3 동1), 여자(금2, 은1, 동2)는 중국(금4, 은1)에 사상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줬다.

◇전자호구.일정 변경..`할말은 있다'

물론 이번 대회에서는 어느 때보다 거센 도전이 예상됐다.

이번 대회는 아시안게임 사상 처음으로 전자호구 시스템이 도입됐고, 전자호구가 한국의 목표 달성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9월에야 결정된 전자호구 제품은 그동안 한국 선수들이 잘 사용하지 않던 것이었다.

게다가 한국은 다른 제품이 사용되리라 예측하고 있었다.

우려는 그대로 성적으로 나타났다.

전자호구에 대한 적응력이 대표팀 내에서 뛰어났던 이대훈과 노은실 등은 무난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적응을 쉽게 못 했던 선수들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게다가 중국의 홈 텃세도 성적 부진의 한 이유가 됐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태권도 경기가 시작되기 이틀 전인 지난 15일 참가국 대표자 회의에서 경기 일정 변경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치르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체급별 경기 일정이 크게 흔들렸다.

김성호가 출전한 남자 54㎏급의 경우 애초 17일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20일로 바뀌었고, 19일에 맞춰 컨디션 조절을 해온 남자 87㎏급의 박용현(용인대)은 17일로 경기 날짜가 당겨졌다.

체급조절이 중요한 종목이라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였다.

한국 선수 중 일정이 바뀌지 않은 것은 네 명뿐이었다.

반면 대표팀 코치진이 말한 바로는 중국은 이미 바뀐 일정을 알고 그대로 준비해왔다고 한다.

게다가 이번 대회를 뛴 한국선수들은 한목소리로 바닥이 너무 미끄러워 경기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대회 2연패를 노린 여자 태권도 간판스타 권은경(삼성에스원)이 여자 53㎏급 준결승 경기 도중 오른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기권한 것도 매트 위에서 미끄러지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대표팀 관리, 다시 머리 맞대야!

대한태권도협회는 지난 4월 최종선발전을 통해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를 선발했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대표 선수가 선발전을 치르고 나서 처음 치른 공식경기가 이번 아시안게임이다.

지난 7개월 동안 대표팀은 훈련상대와 담금질은 열심히 했지만, 공식 경기에 나서 실전을 쌓을 기회는 없었다.

이번에 대표팀에는 새 얼굴이 많다.

국제경기 경험이 있는 선수는 이성혜와 오정아, 허준녕 등 몇몇뿐이고 절반 이상이 처음 대표팀 1진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래서 큰 무대 경험이나 경기 운영 능력 부족이 메달 목표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런 데도 실전을 통해 경험을 쌓고 경기력을 유지할 주어지지 않았다.

처음 대표로 뽑힌 장경훈과 황미나가 대회 첫날 1회전 탈락이라는 쓴잔을 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광저우=연합뉴스)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