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잇따른 자동차 보험료 인상을 계기로 과잉 수리를 막고 보험사들의 경영합리화를 유도하기 위한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안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보험사들은 지난 9월 정비수가 인상을 이유로 보험료를 4% 올렸고 온라인 보험사들은 10월 2~3%를 추가 인상함으로써 가입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보험사들은 높은 사고율과 과잉 수리에 따른 손해율(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비율) 악화로 자동차보험 영업 부문의 적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상반된 주장 속에서 사고를 내지 않는 선량한 가입자만 보험료 인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전면적인 제도 개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최근 손해율이 높아진 것은 보험료 할증 기준금액(보험으로 처리해도 보험료가 인상되지 않는 기준)이 올해부터 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높아진 게 큰 이유 중의 하나다. 지난 4~7월 할증 기준을 200만원으로 선택한 운전자의 손해율은 87.9%로 50만원을 선택한 운전자보다 5%포인트 이상 높았다. 일부 정비업소에선 190만원짜리 상품을 내걸고 과잉 수리를 조장하고 있으니 보험금 지출이 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요인들이 겹쳐 지난 4~10월 손해율은 79.6%로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험사들은 예상 손해율을 72%로 잡고 보험료를 산출하는데 손해율이 이를 웃돈다면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리 금액의 일정 비율을 가입자가 부담토록 하는 정률제를 도입함으로써 과잉 수리 유혹을 막겠다고 한다.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무엇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최고로 치솟은 사고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범 정부적 대책이 시급하다.

지금처럼 운전 중 휴대폰 통화와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시청이 일상화돼 있고 교통사고에 대한 범칙금이 가벼운 데다 빈번한 사면(赦免)과 음주 운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을 그대로 둔 채 사고를 줄인다는 것은 연목구어일 뿐이다. 위장사고,사고금액 부풀리기,아픈 척하는 '나이롱 환자'에 대한 처벌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보험금을 더 많이 타내려는 악덕 운전자와 병원 · 정비업소 · 설계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근절되지 않는 한 보험료 인상 공방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보험사들도 대리점 등 모집 조직에 지급하는 수수료와 영업성 경비 등 판매비를 과도하게 지출하지 못하도록 감독 당국이 통제해야 한다. 보험금 누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험사들의 노력도 절실하다. 보험료는 서민 생활안정과 물가에 직결되는 공공 요금의 성격을 띠고 있다. 땜질식 처방으로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