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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고교 직업교육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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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열린 G20 서울 정상회의는 우리나라의 발전된 위상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이에 앞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은 지난 5월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지난해 27위에서 올해 23위로 상승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글로벌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차세대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게 된 이면에는 훌륭한 교육으로 길러낸 인재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그간 산업 현장을 지탱해왔던 핵심 기술인재의 유출이 심해져 국제 경쟁력이 떨어질 위험에 처해 있다. 게다가 청년 실업률 상승에 따라 유능한 신규 기술인재가 노동시장에 들어올 기회가 줄어들면서 일자리와 인력의 미스매치도 심화되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차세대 핵심 기술인재를 집중 양성한다는 차원에서 21개 마이스터고를 설립했고,종전의 전문계고를 고품격 직업교육을 위한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로 개편하는 등 취업 중심 직업교육을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 모든 특성화고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사실상 '무상 직업교육'을 실시한다는 얘기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안정되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이런 정부 의지가 알려지면서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는 과거와는 달리 소질과 적성을 살려 입학한 우수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으며,무조건적으로 대학에 진학하기보다는 고교 졸업 후 안정적인 일자리에 취업하고자 하는 학생도 증가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학부모의 인식과 청소년의 취업 의향도 차츰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정부 정책이 실효성을 발휘하려면 고교 직업교육 이수자들을 위한 적절한 일자리가 확대돼야 한다. 마이스터고 졸업생 중 100~2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한 삼성전자의 사례처럼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졸업자를 우선 채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야 할 것이다. 기업도 학력 위주의 신입사원 선발이나 임금 체계에서 벗어나 직무 및 직업능력을 중심으로 인재를 채용함으로써 과잉 고학력 현상 및 인력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

    국가경쟁력의 근간인 우수한 핵심 기술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교 졸업 후 산업현장에 들어온 역량 있는 이들에게 직업능력개발을 위한 '계속 교육의 기회'를 국가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과잉교육을 해소하고,직무능력을 향상시키며,개인의 역량에 따라 최고 기술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평생교육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오는 24~25일 개최하는 제2회 대한민국기술인재대전처럼 핵심 기술인재 양성을 위한 그간의 노력과 성과를 공유하고 격려하는 축제의 장이 늘어나야 한다. 이를 통해 많은 국민과 기업들로부터 관심과 성원을 받아 우리나라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21세기를 이끌어가는 선진 국가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나승일 <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전공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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