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넘어 다 함께 성장'이라는 주제 아래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이번 회의의 최대 쟁점이었던 환율문제에 대해서는 보는 사람의 기대 수준에 따라 평가가 엇갈린다.

이번 회의는 국가간 이견으로 경상수지의 흑자 또는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수치 목표를 설정하는 데 실패했다. 환율 문제는 워낙 국가간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이슈다. 따라서 이번 회의를 통해 '시장의 결정에 따르는 환율제도를 지향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점과 2011년 상반기까지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기로 합의한 것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밖의 이슈들에 대해서는 괄목할 진전을 이루었다. 예컨대 국제통화기금(IMF)에서의 신흥국 역할 증대와 대출제도의 개선에 합의를 이룬 점,금융규제 개혁의 방향 설정이 마무리된 점 등이 그것이다. 그에 더해 한국이 주도한 개발 이슈가 G20 회의에서 처음으로 의제로 다뤄짐으로써 향후 우리나라가 개도국들의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세계 무대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G20 회의보다 하루 앞서 지난 10일 시작해 11일 끝난 비즈니스 서밋은 매스컴의 초점이 주로 정상회의에 맞춰지는 바람에 그 내용과 성과의 중요성에 비해 덜 알려진 감이 있다. 사실 세계 각국이 공통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녹색 성장 등의 굵직굵직한 문제들은 예외없이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비즈니스 서밋을 통해 전 세계 최상위 기업의 CEO 120여명이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영국 독일 등 G20 주요국 정상들과 함께 토론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은 대단히 뜻깊은 일이다. 이로써 그동안 정부간 협의만 있었던 G20 프로세스에 민간채널을 추가하게 돼 G20이 명실공히 세계경제 최상위 포럼으로서의 위상을 갖게 됐다. 아울러 G20 비즈니스 서밋을 계기로 정부와 민간이 글로벌 차원에서 협력하는 새로운 모델이 제시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G20 비즈니스 서밋은 '지속 가능한 균형 성장을 위한 기업의 역할'이라는 주제 아래 무역투자,금융,녹색성장,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네 가지 의제로 진행됐다. 각 의제별로 세 개의 소주제 아래 모두 12개의 워킹그룹을 만들어 지난 7월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미국의 조지프 선더스 VISA 회장,영국의 스티븐 그린 HSBC 회장,우리 나라의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워킹그룹의 회의 주재자(컨비너)를 맡아 CEO들 간 의견 교환 및 조율과 보고서 작성을 주도했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녹색성장 전략을 이끌었던 경험을 살려 녹색성장 분과의 신재생에너지 워킹그룹을 주도했는데,보고서에서 신재생 및 저탄소 에너지 보급의 확대를 위한 국제적 민관 합동 연구개발 계획의 실행 등을 제안했다.

이번 G20 회의와 비즈니스 서밋의 성공적 개최는 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G20 회의 준비와 개최를 위해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들이 서로 도우며 공동으로 난관을 헤쳐나갔던 경험은 앞으로 우리 경제가 당면할 문제들을 민관 공조를 통해 풀어나가는 데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번 G20 회의에서 얻어낸 여러 성과는 반드시 세계 경제가 지속 가능하면서도 균형 잡힌 성장을 달성하는 데 밑거름이 돼야 한다. 각국 정부와 기업이 G20 서울 정상회의와 비즈니스 서밋에서 논의된 사항들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조속히 수립하고 이를 행동에 옮기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하영원 < 서강대 교수·경영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