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과 민주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엄호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주 서울에서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미해결 쟁점을 타결짓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온 후유증이다.

대통령의 최측근인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은 14일 NBC방송에 출연해 중간선거 패배로 오바마 대통령의 국제무대 위상이 약화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 · 미 FTA 타결 실패에 대해 "여러분은 한국에서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위해 싸우는 미국 대통령을 갖고 있다"고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다. 합의 실패가 미국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대통령의 결단이라는 것이다. 액설로드는 "협상 테이블에 오른 협정 내용이 미 자동차업계에도 충분하지 않았고,쇠고기 분야에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소속의 켄트 콘래드 상원 예산위원장도 ABC방송에 나와 "대통령이 그렇게 한 것은 약함보다는 강함을 보여준 것"이라며 "대통령은 나쁜 합의를 거부했다"고 오바마 옹호에 나섰다.

콘래드 위원장은 "한국은 자신들이 한 과거의 약속을 피하기 위해 모든 전략을 동원한다"고 엉뚱한 주장도 했다. 그는 "동맹국 일부에도 공정한 무역을 요구하는 대통령이 지금 우리에게 있는 게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한 · 미 FTA 불발을 놓고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외교 좌절,실패라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이런 비판에 대해 백악관이 '피해관리 모드'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오바마 대통령이 "수주 안에 재협상을 갖고 타결짓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여부다. 한국과 미국이 서로 양보해 절충점을 찾거나,미국이 한국을 설득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반대로 미국이 양보하려면 오바마 대통령은 자동차 시장과 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을 강력히 요구하는 민주당과 노조를 설득해야 한다.

WSJ는 "한국인들은 밀면 밀리는 협상 상대(pushover)가 아니다"며 한국이 양보할 경우 미국에 반대급부를 요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한국은 유럽연합(EU) 등 다른 국가들과 FTA를 체결했거나 협상을 벌이고 있어 미국과의 FTA가 절박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도 분석했다.

FTA에 찬성하는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차지해 한 · 미 FTA 비준이 보다 유리해지긴 했지만 보수주의 유권자단체인 '티파티'의 FTA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변호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자유무역 드라이브가 티파티에 의해 저지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