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B20)의 공식 일정은 11일 끝났지만 개별 기업들 간 비즈니스 미팅은 12일까지 이어졌다. B20을 계기로 방한한 글로벌 기업 경영자들은 한국 기업인들과 만나 협력 관계를 돈독히 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도 모색했다.

B20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열린 개별 기업들의 비즈니스 미팅은 96건으로 집계됐다. 행사장으로 사용됐던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조직위 주선으로 열린 모임만 39건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호텔 객실 10개를 따로 예약해 모임장소로 썼다"며 "17층 클럽 라운지 미팅룸의 개장 시간도 호텔의 양해를 얻어 오전 9시에서 7시로 두 시간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조직위에 일정을 공개하지 않는 비공식 모임을 합쳐 이번 B20 기간 에 200~300건의 비즈니스 미팅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12일은 '비즈니스 미팅 데이'

글로벌 기업과의 비즈니스 미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였다. 최태원 SK 회장은 행사 기간 내내 해외 기업 최고경영자(CEO) 초청 만찬을 연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도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회장과 조찬모임을 가졌다. 최 회장이 B20 컨비너(소주제 의장)로 활동하면서 글로벌 기업 CEO들과의 관계가 돈독해졌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SK 계열사 CEO들도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스마트폰 블랙베리로 유명한 캐나다 리서치인모션(RIM)의 짐 발실리 대표를 만나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은 B20에 참석한 에너지 분야 기업인들을 대거 초청해 조찬 간담회를 열었다. 스페인 렙솔의 아르투로 곤살로 대외협력 책임임원,호주 우드사이드 도널드 보엘트 대표,인도 국영석유사 인디언오일 산지브 베르마 사업책임자,강영원 한국석유공사 사장,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을 간담회에 초청했다.

삼성그룹은 아시안게임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광저우를 방문하고 있는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이 글로벌 CEO들을 영접했다. 이 부회장은 폴 제이컵스 퀄컴 회장,윔 엘프링크 시스코 부회장,리처드 브래들리 휴렛팩커드 부사장 등을 잇따라 접촉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프란츠 페렌바흐 보쉬 회장과 만나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도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러시아 메첼과 세베르스탈,프랑스 알스톰,브라질 발레,호주 리오틴토 등 철강과 에너지 관련 기업 대표들을 차례로 만났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프랑스 최대 철도차량 제조사인 알스톰의 파트리크 크롱 회장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쌍수 한국전력 사장은 이탈리아 전력 업체 에넬의 풀비오 콘티 회장과 만나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분야 기술협력을 골자로 한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개발도상국 에너지 기업에 '러브콜' 집중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각국 정상들과의 만남도 이어졌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경영복귀 이후 첫 공식 비즈니스 일정으로 응우옌떤중 베트남 총리를 만나 베트남 투자 등에 대해 논의했다. 4대그룹 총수 한 명도 G20 참가 정상 중 한 명과 비공개 면담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위 관계자는 "주요 그룹사들은 비즈니스 미팅 대상을 철저히 실리 위주로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행사에서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던 제3세계 개발도상국 기업 CEO들이 비즈니스 미팅에서는 오히려 더 인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문별로는 에너지 관련 기업 경영인들이 국내 기업 CEO의 '러브콜'을 많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해외 기업 CEO 중 일부는 국내 대학 강연에 나섰다. 인도 IT기업 인포시스의 크리스 고팔라크리슈난 회장은 서울시립대,퀄컴의 폴 제이컵스 회장은 고려대에서 각각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별강연을 했다.

비즈니스 서밋에 참가한 CEO들은 이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참여하는 특별 만찬에 참석했으며 13일 중 개별적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송형석/이정호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