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에 '삼성 효과'가 뜨겁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투자 움직임에 따라 관련 종목의 주가가 급등락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그룹이 5대 신수종 사업으로 밝힌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발광다이오드)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분야에서 삼성 효과가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증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삼성'만 나오면 주가 급등락

삼성정밀화학이 폴리실리콘 생산에 뛰어든다는 한국경제신문 보도로 9일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요동친 것이 단적인 예다. 삼성정밀화학은 신사업 진출에 대한 기대감으로 8.64% 급등했다. 태양광 모듈업체 에스에너지(5.26%),폴리실리콘 반응기 제조업체 다원시스(2.17%) 등도 동반 상승했다. 반면 국내 1위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인 OCI는 8.13%(2만9000원) 급락한 32만7500원에 마감했다. 장 시작 전 JP모건 계열의 사모투자펀드가 210만주(전체 주식의 9.16%)를 매각한 데다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분석이다.

삼성 효과는 삼성전자가 의료기기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초음파진단기 업체인 메디슨 인수전에 나선다고 밝힌 지난달 19일부터 뚜렷해졌다. 메디슨의 자회사인 인피니티헬스케어가 이후 이틀간 30.97% 뛰었다. 지난달 25일에는 호텔신라모두투어인터내셔널의 2대주주로 등극하며 모기업인 모두투어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LED 광학필름업체인 신화인터텍은 이달 4일 삼성전자가 지분율을 10.74%에서 16.12%로 높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삼성 효과가 가장 돋보인 종목은 크레듀였다. 제일기획의 크레듀 지분을 삼성SDS가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는 공시가 지난달 26일 나오면서 2만9100원이던 크레듀 주가는 9거래일간 3배 가까이 급등해 8일 8만2500원까지 올랐다. 비상장사인 삼성SDS가 크레듀와 합병해 우회상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크레듀는 이날 한국거래소가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하자 3.27% 반락했다.

◆삼성 효과 이어질 것

전문가들은 증시에서 삼성 효과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그룹이 5대 신수종사업을 하나씩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투자를 늘리거나 경쟁력 있는 기업을 인수 · 합병(M&A)하고 있다"며 "삼성의 자금력을 감안할 때 해당 업종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삼성 효과에 대한 평가에선 의견이 엇갈렸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불확실해 보이는 업종이라도 삼성이 손을 댔다고 하면 프리미엄이 생긴다"며 "보수적이고 꼼꼼하게 전략을 구상하는 삼성이 뛰어들면 투자자들도 사업성을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리서치기획팀장도 "신규 사업에 적극 진출하는 것은 삼성 계열사 주가에도 긍정적"이라며 "사업모델이 다각화되는 데다 주가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성장성도 갖춰간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이 새로 진출한 사업에서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몇 년 더 지켜봐야 한다"며 "해당 업종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높아져 증시 전체로는 중립 또는 부정적인 효과가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병화 현대증권 스몰캡팀장도 "태양광산업에서 삼성이 어느 정도 점유율을 가져갈지는 미지수"라며 "시장 전반에서 삼성 프리미엄을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경목/오정민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