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림 북한 총리가 8일간 중국 동북 3성(지린 · 헤이룽장 · 랴오닝) 방문을 마치고 지난 8일 평양으로 돌아갔다. 최영림의 방중은 북 · 중 양측 간 경제협력을 좀더 구체화하는 게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노두철 부총리,김창룡 국토환경보호상 등 북한의 경제통이 방중단의 핵심이었다. 총리가 단장인 국가정상급 방문단이면서도 동북 3성의 주요 산업도시만을 시찰했다는 점도 주목됐다.

최영림 일행은 중국이 동북지역 개발의 핵심으로 꼽고 있는 창지투(창춘 · 지린 · 투먼)개발 현장 방문에 전체 일정의 절반 이상을 배정했다. 지난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들렀던 창춘의 이치자동차와 농업전람관,지린의 방적회사 등을 다시 방문했다는 것은 그때의 합의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합작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과 북한이 상생의 자세로 서로를 도와 북한의 경제가 발전하고,그로 인해 한반도가 안정된다면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웬일인지 작년 12월에 양측이 건설하기로 합의한 신압록강대교는 아직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 투먼의 중국 세관 옆에는 북한 주민들이 신분증만 제시하면 들어와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는 자유시장(互市)이 개설됐지만 개점 휴업 상태다. 신의주와 마주 보고 있는 단둥 쪽에서 오르내리는 수많은 개발 프로그램들은 수년째 문서로만 존재할 뿐이다.

여러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북한이 변하지 않고 있다는 데 기본적인 문제가 있다"(지린성 옌지의 일광무역 김창회 사장)는 게 대북 사업 경험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북한에서 용접봉사업을 하다가 그만뒀다는 중국인 천모씨는 "외국인 투자 보호가 전혀 안 돼 있는 데다 돈을 뜯어가는 기관만 많다"며 고개를 저었다.

6자 회담 재개 등 중국의 요구를 듣지 않고 있는 북한에 대해 중국이 유엔의 대북제재를 무릅쓰고 정부 차원에서 경제협력이라는 선물을 주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정부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이미 신뢰를 잃은 북한에 투자할 중국회사는 많지 않다는 얘기다. 한 대북사업가는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지향하고 외국인 투자보호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한다면,아무리 혈맹이라고 하더라도 북 · 중 간 경제협력은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주현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