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서울 비즈니스 서밋] "은행 규제책, 보험산업에 그대로 적용하면 부작용이 많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하면서 한국정부가 처음으로 기업가 자문그룹(비즈니스 서밋)을 만든 것은 창의적인 혁신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

G20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하기 위해 8일(현지시간) 서울로 떠난 윌리엄 J 토페타 메트라이프 국제사업부문 사장(62)은 기업인들이 서울에서 세계 경제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시일 내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에서 기업계 대표들이 세계 경제발전 방안을 찾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인터뷰는 지난 5일 뉴욕 맨해튼 메트라이프 본사에서 진행됐다.

▼무엇을 주로 논의하게 됩니까.

"무엇보다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각국은 보호무역의 유혹을 받게 됩니다. 우리는 각국 정상들에게 무역을 확대하도록 조언할 예정입니다.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지지하며 미국에서 협정을 조인하도록 로비활동을 벌여왔습니다. 다자간 무역협상인 도하라운드도 결론을 내는 게 중요합니다. "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받겠지요.

"물론입니다. 금융 서비스 규제도 핵심 의제에 포함됩니다. 좋은 규제,건강한 규제가 될 수 있도록 금융계 대표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계획입니다. 금융 규제분야에서 각국 간 공조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특성이 다른 금융산업을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예를 들어 은행 규제책을 보험산업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 차이를 인정하면서 규제가 이뤄지도록 정책 건의를 할 생각입니다. "

▼기업계 대표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 있습니까.

"아직 일정을 통보받지 못했지만 기업인 대표들이 비즈니스 서밋에서 논의된 내용을 직접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기업인들의 의견을 들으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우리는 높이 평가합니다. 비즈니스 서밋에서 나온 제안들을 보고서 형식으로 정상들에게 전달해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오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

▼친한(親韓) 기업인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2차대전이 끝날 때쯤 부친이 군인으로 한국에 머물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이 지난 60년 동안 얼마나 급속히 경제 발전을 이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1989년 한국 메트라이프를 설립하는 작업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한 · 미 재계회의 이사회 멤버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때 참석했고 뉴욕에 오셨을 때도 만났습니다. 기업가정신이 돋보이는 정치 리더라는 인상을 받았지요. "

▼한국 보험시장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한국인들은 보험 상품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 보험시장을 밝게 보는 이유지요. 보험산업은 경제 성장과 궤를 같이합니다. 한국 경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처음으로 경제위기에서 빠져나올 정도로 탄탄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한국 판매조직을 계속 확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인수 · 합병(M&A)을 통해 한국 비즈니스를 확대할 계획이 있습니까.

"당장 한국에서 구체적인 기업을 두고 M&A를 검토하고 있진 않습니다. 하지만 사업 확장에는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기회가 있으면 한국에서도 M&A를 추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한국의 금융규제에 대한 불만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보험 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좋은 금융 규제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다른 금융업보다 보험산업은 고객과 신뢰가 중요합니다. 신뢰를 얻으려면 투명해야 하고 당국은 이를 감독해야 합니다. 선진국과 비교해 손색없는 감독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봅니다. "

▼금융위기 때 부동산 관련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지 않는 등 상대적으로 덜 피해를 본 것으로 들었습니다.

"고객에게 만기 때 보험금을 내주기 위해선 보험사는 자산을 기간별로 안전하게 운용해야 합니다. 메트라이프는 아주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규정을 잘 따르는지를 파악하는 데만 한 해 6000만달러를 쓰고 있습니다. 또 감시와 균형을 통한 조직관리도 경쟁력 요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

▼비즈니스 리더로서 한국 경영학 전공자들에게 도움말을 부탁합니다.

"좋은 리더가 되려면 무엇을 어떻게 향상시킬지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또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맡은 일에 전력투구해야지요. 그렇다고 혼자 잘 뛴다고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G20 같은 모임도 만들어진 것이지요. "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