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워싱턴 포스트(WP), 뉴욕 타임스(NYT) 등 유력 신문들이 지난 6일 사망한 북한 조명록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국방위 제1부위원장의 부고 기사를 8일 비중 있게 보도했다.

두 신문은 이날 유명 인사들의 사망소식을 전하는 부고(Obituaries)면에 AP통신 기사를 전재하면서 조명록이 지난 2000년 미국을 방문해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과 면담을 하는 등 북.미 관계에서 역할을 한 일에 초점을 맞춰 그의 사망소식을 전했다.

NYT는 클린턴 대통령과 조명록이 워싱턴에서 만났을 때 악수하는 사진을 함께 게재했고, WP는 조명록의 군복 차림의 얼굴 사진을 실었다.

신문들은 "조명록은 지난 2000년 10월 김정일의 특사로서 이례적으로 미국을 방문해 클린턴 대통령을 만났다"며 미국을 방문한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라고 소개했다.

당시 북.미 관계 개선을 골자로 하는 북.미 공동 코뮈니케 채택 사실도 전하면서 "조명록의 미국 방문은 그해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으로 조성된 분위기를 지속시키기 위한 북한의 노력의 일환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조명록은 방미 기간에 국무부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만날 때는 감청색 양복을 입었지만, 백악관에서 클린턴 대통령을 면담할 때는 군복 차림으로 옷을 바꿔 입음으로써 메시지를 달리 했다고 이 신문들은 전했다.

신문들은 "그러나 조명록 방미를 계기로 한 화해 무드는 대북강경노선을 택한 조지 부시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극적으로 반전됐고, 미.북 관계는 북한 핵프로그램으로 악화됐으며, 양국은 여전히 공식적 외교관계가 체결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