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4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경제를 안팎에서 위협하는 5가지 잠재적 위험요인을 제시했다.

대내적으로는 외국인 채권투자 자금의 대규모 유입을 비롯해 주택가격과 금리 변동에 취약한 가계부채 구조, 건설업 등 일부 업종과 한계기업의 부실위험 등을 꼽았다.

대외적으로는 `환율전쟁'에 따른 경제의 하방 위험과 선진국의 양적완화(유동성 공급)에서 비롯한 자산 거품을 우려했으며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한 재정 건전화 문제도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외국인자금 대거 유입에 `경계경보'
한은은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입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만간 정부와 함께 과도한 자금 유출입에 대응책을 발표할 것으로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나온 진단이어서 눈길을 끈다.

한은은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난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은 중장기채권을 중심으로 유입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주요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풍부해진 국제 유동성이 신흥시장국에 대거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외국인이 국내 중장기 채권투자를 늘리면서 금리와 환율 등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는 게 상당한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한은의 통화정책 효과를 희석시키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또 외국인이 나라 밖에서 자금을 들여와 국내 자본시장에 투자하면서 자본시장이 외환시장과 얽히고설킨 데다 외환시장의 규모마저 작은 탓에 한 시장에 발생한 충격이 경제 전체에 일파만파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채권투자자금은 평소에는 유출입 변동성이 작지만 위기 때는 주식투자자금보다 집중적으로 유출될 위험을 안고 있다"며 "급격한 자금 유출은 환율 변동성을 매우 높일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가계·기업의 부실위험 심해져
한은은 주택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급격히 요동칠 경우 가계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은은 "주택가격이 단기간에 급락하거나 물가 변동폭을 벗어나 상승하는 경우 모두 가계부채의 안정성을 크게 저하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주택가격이 조정을 받는 과정에서 심리가 한쪽으로 쏠리면 가격이 급락할 수 있고,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해 `분수에 맞지 않게' 빚을 늘린 가계가 부실화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원금은 그대로 두고 이자만 갚는 대출이 지난 6월 말 6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의 84%나 된다"며 "이러한 대출은 주택가격 하락세가 지속하면 손실을 감수하고 주택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반대로 주택가격이 올라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커져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한은은 덧붙였다.

다만 가계의 소득 증가로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43.0%에서 올해 말 138.6%로 낮아질 것으로 점쳤다.

기업부실과 관련해서는 "전반적인 경영성과는 개선되고 있지만 건설업이나 부동산개발업 등 일부 업종과 한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채무상환 능력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은행의 기업부문 연체율이 올해 오름세를 보이면서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급등하고 건설업,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선업 등의 부실채권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전쟁·자산거품·재정위험도 예의주시
한은은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경제가 다소 둔화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경기가 이중침체(더블딥)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회복세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회복세를 지연시킬 수 있는 한 가지 요인은 각국이 통화가치를 끌어내리려는 환율전쟁. 한은은 환율전쟁이 "주요국 간 무역마찰을 일으키는 등 세계경제의 하방위험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주요 20개국(G20)에서 화두가 된 경상수지 불균형 역시 각국이 처한 상황이 서로 달라 조기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자국의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유동성을 대량으로 방출하는 양적완화 정책 때문에 금융자산과 상품 가격이 펀더멘틀(경제여건)에 비해 과도하게 상승, 거품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유럽발 재정위기도 그 속성상 단기간에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안이라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아직 민간 부문의 자생력이 미약한 상황에서 각국이 재정건전화를 위해 긴축재정을 추진하면 세계의 교역량이 줄어드는 등 경제회복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