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세계 처음으로 '디지털 용접' 시대를 연다.

이 회사는 디지털 용접 시스템을 개발,선박 용접에 적용하기로 했다고 3일 발표했다. 디지털 용접 시스템은 전원을 공급하는 용접기를 비롯해 용접 재료인 와이어를 공급하는 송급기,실제 용접을 하는 캐리지,전선 케이블 등 모든 핵심 장치를 디지털 통신으로 연결한 것이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작업자는 사용하고 있는 전압과 전류의 크기를 LCD(액정화면)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최적의 전압과 전류로 용접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케이블 전선이 아무리 길어도 디지털 통신에 의해 소재의 종류,습도 등 내외부 환경까지 모두 제어되기 때문에 신호 왜곡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기존 아날로그 방식에선 용접 과정에서 전압과 전류의 크기를 작업자 경험에 의한 '감(感)'에 의존해 왔다. 작업자마다 숙련도에 따라 용접 과정에서 품질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중공업은 내년부터 이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적용,2015년까지 전체 용접 작업을 디지털화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연간 100만 시간을 절감,용접 생산성이 지금보다 20%가량 향상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100만 시간은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VLCC) 5척을 용접할 수 있는 시간이다. 원가 절감도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아날로그 방식에선 용접기를 작동시키기 위해 14개의 케이블을 사용했으나,디지털 방식에선 2개의 케이블로 용접이 가능하다.

회사 측은 디지털 용접 시스템을 통해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디지털 용접 시스템은 1972년부터 40여년간 사용해 온 기존 아날로그 용접 방식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변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용접 초보 작업자도 숙련자와 같이 용접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