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국민연금이 3일 열린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자산별 편입비중 변동을 일부 인정하는 방안을 확정했다.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거래하는 규모가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이 방안은 내년부터 적용된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이날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올해 제4차 회의에서 국내 주식은 2.0%포인트,해외 주식은 0.8%포인트,국내 채권은 3.3%포인트,해외 채권은 0.5%포인트,대체투자는 1.2%포인트까지 시장가격에 의한 비중 변동을 인정키로 결정했다.

예컨대 내년 국내 주식 비중은 18.0%지만 시장 호황으로 기존(연초·월초 등 평가 시작일)에 사 놓은 자산가격이 올라 비중이 20.0%까지 늘어나거나 불황으로 값이 떨어져 16.0%까지 비중이 줄더라도 인위적인 매수·매도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인정한다는 것이다.국민연금의 내년 자산별 목표비중은 국내 주식 18.0%,해외 주식 6.6%,국내 채권 63.5%,해외 채권 4.1%,대체투자 7.8%다.

현재도 국내 주식에는 ±5.0%포인트,국내 채권에는 ±8.0%포인트 등 투자 허용범위가 있다.그러나 범위 내에 들더라도 목표 비중을 맞추지 못한다면 해당 부분에 대한 성과 책임을 기금운용본부에 묻는다.이 때문에 불필요한 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현행 투자허용범위(국내 주식 ±5.0%포인트)는 시가변화에 의한 자연적인 비중 변화(drift) 허용범위(±2.0%포인트)와 기금운용본부의 매수·매도에 의한 비중 조절(tilting) 허용범위(±3.0%포인트)로 나뉘게 된다.

국민연금연구원은 현재의 방식대로 자산 규모를 리밸런싱 할 경우 총 거래 규모가 앞으로 5년간 218조원에 이르지만,새 제도를 도입하면 58조원으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또 거래 비용도 4167억원에서 980억원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평균 거래 규모는 3조6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으로,최대 거래 규모는 13조2000억원에서 9조6000억원으로 줄어든다.오진희 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국민연금이 매수·매도를 반복하면 국내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이런 출렁임이 덜 발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기금운용위원회는 7명의 투자 전문가로 구성된 ‘투자전문위원회’를 꾸리는 방안을 12월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이날 위원회 참가자들은 “기획재정부 등에서 기금운용본부의 판단에 개입하는 ‘옥상옥’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며 반대했다”고 전했다.진수희 복지부 장관은 “투자전문위원회를 통해 기금운용위원회 전문성을 보강할 필요가 있는데,새로운 제도이다 보니 위원들이 결정을 내리는 데 다소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앞서 지난달 말 열린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에 내년부터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 투자전문위원회를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현재 각각 20명으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와 실무평가위원회에는 연금의 공공성을 고려해 민주노총·한국노총·농협중앙회·공인회계사회·음식업중앙회 등 사회 각계 각층에서 골고루 1명씩 참가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총 312조원(9월말 기준)에 달하는 연금의 재무적 투자 전략을 판단하기에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실무평가위원회에서 제기된 복잡한 주식·채권투자에 관한 이슈들을 참가 위원들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결정을 미룬 사례도 있었다.실무평가위원회는 이 방안을 검토 후 3일 기금운용위원회에 상정했으나 최종 확정은 미뤄졌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한경 11월3일자 A8면 참조